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하현국)는 유산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집에 불을 지른 혐의(현존건조물방화치상)로 기소된 정모(29·여)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년3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가 저지른 범행이 공공안전을 위협했고 피해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대부분의 피해자와 합의됐으며 심신미약을 인정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2월28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송파구 한 빌라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이불에 불을 붙여 이웃 박모(30·여)씨와 양모(11개월)군을 다치게 하고, 786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는 정씨가 심신미약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지 여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심신미약이란 사물을 구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약한 상태로 판단력과 의지력이 낮은 상태를 말한다. 심신미약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낮아진다.
검찰은 "정씨가 이불을 모아 불을 붙이는 등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차분했다"며 "경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는 등을 고려하면 범행으로 11가구가 사는 빌라에 큰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결과를 예측 가능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정씨가 평소 우울증이 심했고 유산의 아픔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점점 증세가 악화됐다"며 "범행에 앞서 몇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고 범행도 그 때문에 저지른 점을 보면 자기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 모두 심신미약을 인정했으나 유죄를 평결했다. 이들 중 4명이 징역 1년3월에 집행유예 2년을 평결해 가장 다수의 의견을 재판부가 존중해 양형을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