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 회장 일가가 수십개의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드러난 가운데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이 감사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등록 취소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외부감사 대상인 유 회장 일가 계열사 10여곳의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은 대주회계법인(천해지·세모), 나래회계법인(온지구·아해), 중앙회계법인(아이원아이홀딩스·문진미디어), 세광공인회계사감사반(청해진해운·다판다·트라이곤코리아·국제영상·노른자쇼핑·에그앤씨드) 등이다.
세모에 대한 외부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의 경우 세모가 꾸준히 거래해왔다고 밝힌 미국 계열사 '세모 미국'이 20여년전 이미 청산(dissolution)된 상태임에도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세모는 이미 청산된 외국 자회사와 여전히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위장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청해진해운 등 가장 많은 계열사를 외부감사하고 있는 세광공인회계사감사반 역시 비자금 조성에 일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계열사 외부감사 업무를 맡은 회계사무소를 압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회계사들로부터 "유 전 회장이 직접 회사 고위 관계자를 시켜 회계사무실로 자금 조성에 대한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특정 회계사무실에 근무하며 세모 관련 계열사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사 A씨의 경우 2008년까지 계열사 천해지에서 감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유착 의혹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제대로 회계 처리를 했는지 검증해야 할 회계법인이 피감 기업의 사주를 받고 사실상 비자금 조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8일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계열사 외부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 나래회계법인, 중앙회계법인, 세광공인회계사감사반 등 4곳에 대한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며 "비위사실이 확인될 경우 회계사 개인과 회계법인에 대한 등록취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병언 일가 계열사에 대한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특징은 규모가 비교적 작다는 것"이라며 "특히 세광공인회계사감사반 같은 감사반의 경우 회계사 3명이 모여서 사무실을 차리면 되는 매우 작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4개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마친 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등록취소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