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원사가 많은 대한상공회의소가 국세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소급과세를 지양해 달라"고 집중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프레스센터에서 김덕중 국세청장을 초청, 국세행정 운영방향에 대한 조찬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제단체-국세청장 간담회는 지난 22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어 두 번째로, 이날 대한상의-국세청장 간담회는 비공개로 열렸다.
대한상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이날 세무조사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의제에 대해 집중적인 성토와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손경식 회장은 "기업인들은 경제가 침체돼 있는 가운데 세원 발굴과정에서 국내외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면서 "무리한 과세나 과도한 세무조사로 인해 기업 의욕이 저하되고 대다수의 성실한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백남홍 하광상의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소급과세 문제를 꺼냈다.
그는 "최근 감사원이 2004년부터 2011년까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 소급과세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2011년말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제도 도입 당시 2012년 1월1일 이후 거래부터 적용하겠다고 법에 명시한 만큼 소급과세 논란에 따른 기업인들의 우려가 하루 속히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납부방식을 신고납부에서 고지납부로 바꿔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이용배 현대자동차(주) 부사장은 "현행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신고납부기한이 올해 7월 처음 도래하는데, 규정이 너무 복잡해서 납세자가 정확한 과세소득을 계산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기업에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서 과세소득을 계산해야 하는데, 특히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종부세가 2008년부터 고지납부 방식으로 전환돼 납세자 불편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도 고지납부 방식으로 전환해 기업 부담이 덜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역외탈세 근절을 위해 더욱 강화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기업부담을 완화해 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박영안 태영상선(주) 사장은 "현재 해외금융계좌를 미신고하거나 과소 신고하면 과태료를 부담하게 돼 있고 내년 신고분부터는 징역형과 벌금형까지 받을 수 있다"면서 "운송업이나 무역업 등 해외 영업망을 폭넓게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해외금융계좌가 수백 개에 달하다 보니 신고를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며 이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이인원 롯데쇼핑(주) 부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이상훈 삼성전자(주) 사장, 변용희 STX(주) 사장,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김동구 대구상의 회장, 백남홍 하광상의 회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국세청에서는 김덕중 국세청장을 비롯해 김영기 조사국장, 임환수 법인납세국장, 이학영 자산과세국장, 송성권 징세법무국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