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역외탈세를 규제하는 관련법률 개정을 통해 해외금융계좌나 해외부동산거래 미신고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금년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 기간 중 홍종학 의원이 외국환거래법 및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몇년새 국세청 안팎에서 바라보는 국세행정 최대 화두는 바로 ‘역외탈세’다.
역외탈세(offshore tax evasion)의 사전적 의미는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탈세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내 법인이나 개인이 조세피난처 국가에 유령회사를 만든 뒤 그 회사가 수출입 거래를 하거나 수익을 이룬 것처럼 조작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축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국내 거주자의 경우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역외소득)도 국내에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외국에서의 소득은 숨기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즉 국내에 감춰진 소득은 소비나 상속·증여 등을 통해 언젠가 노출되지만 해외로 나간 소득은 거의 노출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
○역외탈세 기획세무조사 실적 (단위:건,억원)
연도
|
합계
|
2008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6월
|
건수
|
440
|
30
|
54
|
95
|
156
|
105
|
추징세액
|
22,857
|
1,503
|
1,801
|
5,019
|
9,637
|
4,897
|
○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외환거래 적발 실적 현황 (단위 : 억원)
구분
|
2007년
|
2008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07년 대비
2011년 증감률
|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
홍콩
|
56
|
332
|
72
|
4,229
|
51
|
2,321
|
38
|
5,563
|
44
|
10,773
|
△21.4%
|
3144.9%
|
싱가폴
|
13
|
1,759
|
21
|
1,556
|
9
|
215
|
10
|
703
|
10
|
2,564
|
△23.1%
|
45.8%
|
필리핀
|
81
|
311
|
79
|
1,155
|
112
|
3,011
|
24
|
579
|
13
|
76
|
△84.0%
|
△75.6%
|
스위스
|
3
|
309
|
1
|
2
|
2
|
2
|
3
|
1,588
|
1
|
3
|
△66.7%
|
△99.0%
|
네덜란드
|
3
|
190
|
2
|
41
|
1
|
673
|
2
|
41
|
1
|
-
|
△66.7%
|
-
|
아일랜드
|
-
|
-
|
-
|
-
|
1
|
3
|
-
|
-
|
1
|
47
|
-
|
-
|
캐나다
|
7
|
17
|
7
|
37
|
4
|
8
|
2
|
-
|
5
|
75
|
△28.6%
|
341.2%
|
기타
|
25
|
14
|
32
|
10
|
13
|
7
|
8
|
91
|
10
|
62
|
△60.0%
|
342.9%
|
합계
|
188
|
2,932
|
214
|
7,030
|
193
|
6,240
|
87
|
8,565
|
85
|
13,600
|
△54.8%
|
363.8%
|
역외탈세는 그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은밀한 데다 수법도 첨단화·지능화되고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추적이 어려워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국세청이 역외탈세를 문제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차단을 4대 중점 세정추진과제의 하나로 추진하면서부터다.
금융규제 완화, 자본 자유화 진전 등으로 국가간 자본 이동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제거래를 가장한 역외탈세 규모가 크게 증가하자 칼을 빼든 것이다.
역외탈세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OECD는 전 세계적으로 역외 소재 자산규모를 2조~11조5천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조세피난처 국가와의 외화거래액은 3천238억달러(한화 약 360조원)로 수출입 실물 거래액(1천615억달러)의 두배에 이른다.
이는 최근 5년간 수출입 외환거래 기준 상위 10개 조세피난처 국가만의 통계이므로 실제 거래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조세피난처와의 외환거래액이 360조원에 달하지만 관세청에 적발된 불법외환거래액은 0.38%인 1조3천600억원 수준이다.
역외탈세는 소득 일부의 신고 누락 차원을 넘어 유출자금 전체가 통째로 탈루돼 국부유출과 과세권 잠식을 초래하는 심각성을 지녔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의 경우처럼 자기재산을 단순 은닉하는 것과 달리 대주주가 해외투자 등을 매개로 기업자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은닉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국세청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라는 전담조직 신설을 계기로 본격적인 역외탈세 조사에 나섰다.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는 현재 ‘역외탈세담당관’이라는 정식 조직으로 격상됐으며, 총 23명의 전문 직원이 근무 중이다.
더불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도입, 역외탈세 대응활동 예산 확보 등 역외세원관리 인프라 구축도 병행해 왔다.
이외에 조세정보교환협정 체결,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 가입, 국제거래세원통합분석시스템 개발, 국제금융자문역 영입도 추진했다.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통해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다.
역외탈세 기획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2008년 30건 1천503억원에서 2009년 54건 1천801억원으로 조금 증가하다, 2010년 95건 5천1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지난해 156건 9천637억원을 기록했고, 금년 6월현재 105건 4천897억원을 추징했다.
역외탈세 조사 4년 반만에 440건을 기획조사해 2조2천857억원을 추징한 것이다.
2010~2011년 역외탈세 추징세액 1조4천656억원 중 현금징수비율이 43.1%에 그치는 등 실효성 면에서 비판의 시각이 있지만 관련제도가 아직 미비한 상태의 성적 치고는 평가할 만 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까지 국세청의 역외탈세 대응은 ‘해외금융계좌신고제’를 중심으로 한 제도적인 측면과 ‘기획조사’ ‘고급정보 수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세청이 금년도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받은 결과 652명이 18조6천억원을 신고했다.
개인은 302명이 2조1천억원을 신고해 전년보다 신고인원은 43.1%, 신고금액은 115% 증가했고, 법인은 350개 법인이 16조5천억원을 신고해 신고인원은 11.5%, 신고금액은 57% 증가했다.
특히 올해 신고에서는 해외주식계좌 신고금액과 개인의 스위스계좌 신고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역외탈세 차단 대응전략은?
고급정보수집 관건·제도정비 한목소리
FIU 고액현금자료 접근 범위 확대 국세청 특수활동비 증액 병행돼야
국세청은 또한 지난해부터 외국어능력 등 전문자격을 갖추고 국가관과 사명감이 투철한 직원을 해외 현지 세정연구관으로 선발해 역외탈세의 주요 거점지역에 장기출장 형태로 파견하고 있다.
소위 국가정보원의 요원처럼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역외탈세와 관련된 고급 정보 수집에 나선 것이다.
국세청 요원들은 거점지역에서 파견국가의 경제동향, 기업활동 실태, 세제 및 세무행정, 신문 잡지 등기 등에 나타난 정보, 양국 국세청간 협력업무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지난해 59억6천200만원, 금년에는 7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금년도에 처음으로 20억원의 특수활동비도 편성했다.
역외탈세는 금융 세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시스템에 의한 세원관리로는 혐의를 포착하는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역외탈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련제도의 정비, 정보활동 강화, 국제공조활성화, 예산증액 등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국세청이 관련제도 정비와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역외탈세 차단의 성패는 고급정보의 수집 여부에 있다”며 “거점지역에서 고급정보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특수활동비 증액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역외탈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 처벌 강화, 예산증액, 금융정보분석원 금융자료 활용 확대, 탈세포상금 인상, 역외탈세 혐의시 금융기관 자료제출 요구권 부여 등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예산증액은 조세피난처 국가에서 활동하는 국세청 정보수집 요원들이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를 늘리는 것이 골자로, 해외 고급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개선은 금년도 세법개정안에 일부 반영됐다.
신고 대상 해외금융계좌를 기존 현금과 증권 계좌에서 채권, 파생상품, 집합투자증권 등 모든 금융자산 관련 계좌로 확대했다.
또 연중 최고잔액 계산기준을 ‘1일 보유계좌 잔액 합산’에서 ‘분기말 계좌잔액 합산’으로 완화했다가 다시 월별 잔액 기준으로 신고기준을 재조정했다.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포괄적 정보제출 명령(John Doe Summons)’과 같은 제도 도입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포괄적 정보제출 명령은 불특정 납세자의 탈루혐의 사항에 대해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국세청에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포괄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
이와 함께 부유층의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탈세제보 포상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역외탈세 조사로 선박왕, 구리왕에 대해 수천억원을 추징하고도 과세 적법 여부를 놓고 소송이 진행되자,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득세 등 각종 세금 부과여부를 판단하는 거주자 기준을 현행 ‘거소’ 개념에서 ‘183일 체류’ 기준으로 변경하고, 해외법인 설립을 통한 과세회피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자료(CTR)를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범위를 확대하고, 차명계좌 실소유자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도 역외탈세 대처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 모회사가 국외에 모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만들어 국내 과세를 회피하는 ‘법인도치’를 규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세청은 내년 역외탈세 근절 방향과 관련, 주요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고급정보 수집 활동을 전개하고, 신고대상 자산 확대 및 미신고자 제재 강화를 내용으로 해외금융계좌신고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