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이해하기 어려운 조문 중의 하나가 과세기간이 6개월이라는 규정이다. 이는 1976년12월22일 법률 제2934호로 제정된 부가가치세법 제3조에서부터 지금까지 개정됨이 없이 존속되고 있다. 궁금한 것은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은 1년인데 왜 부가가치세는 6개월로 돼 있는데 무슨 이유일까 하는 점이다. 이는 국가재정법 제2조의 '국가의 회계연도는 매년 1월1일에 시작해 12월31일에 종료한다'는 1년 단위와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6개월 과세단위가 긍정적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신규사업자 중 일부는 조기 폐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들에 대한 세원관리 차원에서 그럴 것이라는 점 및 부가가치세 도입 초기 수동으로 세금계산서를 관리하던 시절의 영향, 1년 단위로 할 경우 이를 집계하고 분석하는데 필요한 절대 인원이 부족해서 이를 6개월 단위로 하는 것이 업무의 효율성에 좋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2. 또한 분식회계 방지를 위해 전략적으로 6개월 과세기간이 타당하자는 주장도 가능하다. 현행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는 같은 과세기간에 발급된 세금계산서를 기준으로 공제가능여부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나 법인세의 회피를 위해서 과세기간 이후에 장부나 거래를 조작하는 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가가치세의 매출액과 매입액이 바로 소득세나 법인세의 매출액, 매입액 및 경비를 결정하는 선행(先行)세목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볼 때, 부가가치세 6개월 과세기간은 납세자들의 분식회계를 방지한다는 측면이 일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자세금계산서가 대세인 지금에서는 앞서 언급한 6개월 과세단위의 불가피성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세관청에서 전산으로 분석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서 폐업자 관리나 행정업무의 편의성 등은 세무공무원이 일일이 눈을 부릅뜨고 손으로 관련증빙을 뒤적여서 대조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3. 오히려 부가가치세법이 전체 납세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악의로 보고 있다고 본다. 선의의 납세자가 분명 많이 있을 터인데, 이들에 대한 합리적이고 선택적 대안이 없는 세법 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사실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와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이와 관련이 있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의가 아닌 실수나 거래 상대방의 사정으로 과세기간보다 늦게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경우가 으나, 세법은 이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봐, 매입세액으로 공제를 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법 해당 조문의 어디를 봐도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의미 중 교부받을 일자를 기준으로 하는 내용이 없다. 다만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54조제1항에서 과세기간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 다음달 10일까지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 이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보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4. 그리고 백번 양보를 해서, 설사 매입거래를 한 과세기간과 해당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것은 과세기간이 다르다고 해서, 매입세액공제를 해준들 과세당국은 손해보는 일이 있을까? 어차피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자가 납부하는 것이고 이들로부터 거래 징수한 부가가치세액을 부가가치세 사업자가 납부하는 것에 불과하다. 과세기간 내이든 그 밖이든 과세당국은 어차피 1회만 공제해 줄 것이다. 국세부과제척기간 내에는 선의의 납세자에 대한 절세권 보장 차원에서도 언제든지 공제가 가능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기간 이후에 이를 받았다고 해서, 해당 매입세액 전체를 공제해 주지 않고 있다. 행정부도 그렇고 사법부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판례의 대부분은 그런 방향이다. 과세관청이 손해보는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의의 납세자에 대해 매입세액공제를 해주지 않는 것은, 과세권자의 횡포에 가까운 폭력성 행정편의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5. 실무상 웃지도 못할 일이 이와 관련해 자주 발생한다. 소득세나 법인세 세무조사시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적게 신고한 경비를 세법상 용인해 주는 경우이다. 그런데 부가가치세는 과세기간이 경과했다고 해서 못해준다는 것이다. 아니 동일한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하는데 소득관련 소득세나 법인세는 바로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고 이와 관련된 또다른 세목인 부가가치는 공제를 못해주는 식의 과세제도가 아직도 있다면 어찌 이를 '법과 원칙이 반듯한 세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원성이 일자 실무적으로 경정청구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불편하고 비합리적인 제도인가.
물론 매입세액공제 여부와 과세기간과의 관련성을 해제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악의의 납세자가 존재할 것임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의 선의의 납세자까지를 그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본다. 세법이 아무런 근거 없이 국민을 탈세자로 보는 삐딱한 시각이 이제는 개정될 때가 됐다고 본다.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을 소득세의 경우나 국가재정법을 기준으로 1역년 단위로 하고, 각 분기마다 예정신고 제도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유럽의 부가가치세제가 이와 같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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