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는 버핏세 논쟁이 한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사람들이 노동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누린다"며 금융 부자들의 증세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 제기가 우리나라에서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자는 일종의 부자 증세방안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실제 버핏은 자신의 비서를 포함 미국 중산층의 소득세율이 30% 이상인데 비해 자신에게 부과되는 세율은 17.4%에 불과하다며 근로소득 최고세율이 35%인데 비해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은 15%수준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버핏세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려 하자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경제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계급투쟁의 일환으로 일축하고 있다.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과거 공화당 집권시 일부 계층의 수입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세금 감면 혜택도 가장 많이 받았다며 이들이 이제는 미국의 재정 적자구조를 바꾸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부유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위해 버핏세 도입 찬성의견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봉이 1억원인 사람과 10억원 이상인 사람이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부분의 불합리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재정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부자 증세는 필수적이며 고소득자에 대한 고율 과세는 소비 성향을 감안할 때 소득재분배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반면 반대 측의 의견은 세수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탈세와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투자 의욕과 근로 의욕, 저축 동기 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걱정한다. 나아가서 해외투자 감소와 부자들의 해외 이탈을 이유로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현재 최고 세율인 35%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5년부터 최고세율이 35%로 유지되고 있으며 30년전인 1981년에는 최고세율이 62%에 달했다. 과세표준을 구분하는 구간도 현재의 4단계는 1996년부터이며 1981년 당시에는 17개 구간이나 됐다. 소득세 정책에 있어 최고세율의 변동은 누진적 과세구조에서 소득재분배의 중요한 지표로 이해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최고세율과 적용 소득수준은 OECD국가 평균과 유사하다. 우리의 최고세율 35%는 OECD 평균 35.8%와 거의 차이가 없으며 근로자 평균소득 대비 최고세율 적용 소득수준도 2.5배로 OECD 평균 2.4배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독일,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를 제외한 모든 유럽국가들은 충실한 복지제도를 바탕으로 일정소득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는 동일한 최고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소득세의 누진구조를 완화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문제는 과세소득 대비 과세표준의 비율과 비과세 비율이다. 정부는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경감, 소득 파악을 위한 목적 등을 위해 소득공제제도와 세액공제제도를 과도하게 활용해 왔고 이로 인해 과세표준비율이 33.5% 수준에 불과하다. 소득 파악의 투명성이 낮은 사업소득자 등으로 인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나 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버핏이 이야기한 것은 자본이득세율을 근로소득세율과 너무 차이나지 않도록 격차를 줄이자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기는 빼고 자신보다 더 돈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자는 이야기는 세계적인 추세나 소득과세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세금은 세금 나름대로의 효율성과 형평성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여론의 흐름에 편승하기보다는 논리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차익과세와 서화 및 골동품에 대한 양도소득과세에 대한 과세범위 확대가 우선이다. 아울러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을 낮춰 세부담의 형평을 높이고 각종 파생상품 관련 양도차익도 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세율을 올리기보다는 과세표준을 넓히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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