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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그리스 재정위기와 조세

우명동 성신여대 교수

요즈음 세간에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촉발시킨 유로위기 문제로 떠들썩하다. 떠들썩한 정도가 아니라 유럽을 혼란에 몰아 넣고 더 나아가 세계경제질서 전체의 틀을 흔들 수 있는 세계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그리스가 누적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 국가부도 사태가 임박하자 그 사태가 가져올 대내외적인 파급효과를 우려해 유로존 국가들은 각종 해결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그러한 해결책의 전제조건으로 그리스에 긴축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그리스 위정자들은 지출 축소, 조세증징안을 국민들 앞에 내놓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스 시민들이 그 안을 못 받아 들이겠다며 밤낮없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 이번에는 정부 측에서 경찰 병력을 동원해 시민들의 요구를 억압하고 나선다. 이것이 그 옛날 민주주의의 깃발을 처음으로 올렸던, 찬란한 인류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의 출발은 그리스의 누적된 재정적자에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형적으로만 보더라도 문제는 재정활동 과정에서 쓰는 것과 걷는 것이 균형을 잃은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그리스가 남들보다 지출활동을 방만하게 했거나 세금을 덜 걷은 데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둘 다가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EU가 발표한 자료들을 보면 그리스 정부 지출이 적어도 재정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던 2007년 이전까지는 유로지역 평균치에 비해 높았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총 일반 정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EU 평균값이 199946.8, 20052009년 각각 46.8, 46.3, 45.6, 46.9, 50.8%인데 비해, 그리스는 각 연도 44.4, 44.0, 45.2, 46.6, 49.7, 52.9%로 나타나고 있음;'Eurostat', European Commission; 이하 같은 자료). 혹자들은 그리스 정부가 복지 부문에 지나친 재정지출을 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통계수치로 입증되지 않는다. 그리스가 꾸준히 사회적 지출(이전지출)을 늘려온 것은 사실이나 이 또한 유로지역 평균치에 많이 뒤지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사회적 보호 지출이 총 일반 정부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EU 평균값이 200518.5, 20062009년 각각 18.1, 17.7, 18.1, 20.1%인데 비해, 그리스는 각 연도 15.8, 16.0, 16.5, 17.9, 19.5%로 나타나고 있음). 결코 그리스 정부가 재정 운영을 방만하게 해서 발생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금 쪽을 보면 상황이 크게 다름을 볼 수 있다. 총 조세수입(사회보장기여금 포함)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EU지역 평균값이 200037.0, 200836.7, 200935.8%인데 비해 그리스는 각 연도 34.6, 31.7, 30.3%로 크게 밑도는 것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세율을 보면, 먼저 소득세의 최고한계세율은 그리스가 2000년까지 45%, 200142.5%이던 것이 2002년 이래 2009년까지 40.0% 수준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는 2004년까지는 EU지역 평균치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었지만 2005년부터는 평균치를 약간씩 웃도는 수준이었다. VAT 세율은 EU지역 평균치보다 1% 전후로 약간 낮은 수준을 유지해 오다 재정위기 대응과정에서 2010년 이래로 더 높아진 상태이다. 그리스 법인세율은 EU 전체에서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법정 최고세율이 EU 평균 값에 비해 5% 전후로 높은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렇게 보면 낮은 조세수입이 단순히 저세율의 문제에 기인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세수 부족의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유사한 세금제도, 세율구조 속에서도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조세징수-납부의 틀에 있는 것임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는 정부 지출활동을 통해서 편익을 받은 자들이 그만큼 세금을 내주지 않는 데 있었던 것이며, 그러한 상황은 현실의 제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데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은 자연스런 논리적 귀결이다.

 

 무릇 정부는 재정활동을 함에 있어서 그들의 권력적 기초에 따라 사실상의 편익에 부응하는 조세 징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여나 정부가 편익을 보는 자들에게 편익에 상응하게 세금을 내게 하려 하면 경제적 유인이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생산활동의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논리가 다양한 이론의 후원을 받아가면서 강하게 개진되기 십상이다. 그러면 그들의 사보타지가 주는 일시적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회는 묵묵히 이를 수용하곤 한다. 그리스 사태를 보면, 재정활동이 투기적 금융활동과 연계돼 재정 적자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만 차치하면, 조세문제가 사회문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누가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사회로부터 받는 편익에 부응하는 세금을 내고 있는지, 조세징수-납부의 사회적 틀을 면밀히 점검해 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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