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득세제 중 가장 어렵고 미묘한 부분 중의 하나가 자영사업자와 근로사업자 사이의 '심리적' 세부담 격차-구체적으로 보면 일반적인 근로소득자가 갖고 있는 자영사업자보다 세금을 억울(?)하게 더 납부한다고 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일 것이다.
과세관청에서도 '세무검증제'의 도입을 통해서, 고소득 자영사업자의 탈세를 제도적으로 막는다고는 하지만, 금융실명제도 등 사회적인 검증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지 않는 한, 근로소득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당분간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2. 그렇다고 해서 자영사업자의 납세의식이 낮고 근로소득자는 높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제도가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대부분의 소득이 과세관청에 노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로소득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영사업자 못지 않게 소득을 숨기려는 경향이 짙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요소를 찾아서 시정하는 방법이 우선이라고 본다.
3. 세법의 입장에서 보면 자영사업자나 근로소득자 모두 동일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납세의무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사업자와 근로소득자를 -당초 입법시에는 원하지 아니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차별하게 되는 것 중 가장 불합리한 것 중의 하나가 자동차와 관련된 소득세제이다. 사실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규제, 지급이자에 대한 필요경비불산입 등 상당수의 제도는 과세관청이 나서지 아니해도, 다른 기관에서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업무용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것을 막는 것은, 우선적으로, 과세관청이 아니라 은행에서 할 일인 것이다. 정상적인 은행이라면 회사 운영에 관심이 없이 비업무용 토지나 구입하는 회사에 대출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4. 그런데 세법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자동차에 대한 규제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그러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어서 정부의 보호가 그리 필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만일 자영사업자가 고가의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면, 연비가 낮은 관계로 연료비는 물론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지만 모두 세법상 필요경비에 산입될 뿐만 아니라 감가상각비도 상대적으로 많이 계상이 되어서 소득세 부담이 줄어든다. 아울러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골프장이나 호텔에서 여러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이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5. 그런데 근로소득자는? 그런 차를 구입할 여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고 해도 그와 같은 비용은 근로소득금액을 산출할 때 비용으로 공제되지 않는다. 똑같은 납세자라고 하면서도 소득의 종류에 따라 차별적인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골프장이나 호텔에서 고가의 외제승용차 탑승자에 비해 허술한 대접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근로소득자는 자영사업자들을 그리 곱지 않는 시각으로 보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회에 세금 부담액의 차이보다도 훨씬 더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6. 대안은 무엇인가? 좋은 예가 프랑스 사례이다. 프랑스의 부자들 중 일부는 대서양 근처에 별장을 구입해서 파리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자니까 비싸고 좋은 차를 구입했을 것이다. 파리까지 출퇴근 거리가 150㎞ 이상이고 더군다나 연비가 낮은 차라면, 유류 구입비, 차량 유지비 등이 많이 발생해 세금은 덜 내게 된다. 유달리 공평과 평등의 사상이 강하게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자영사업자와 근로소득자의 자동차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고가 자동차 유지비용에 대한 필요경비 불산입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7. 내용은 이렇다. 프랑스 파리 근로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의 평균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여, 파리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자영사업자의 차량 유지비 및 감가상각비에 대한 손금산입의 기준액을 정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근로자들의 평균 주행거리가 월 500㎞라고 하면, 자영사업자들도 필요경비에 산입되는 유류비는 월 500㎞로 한정하는 방법이다. 근로자들의 평균 배기량이 1,200㏄라고 한다면, 감가상각비도 그 배기량까지 허용하고, 그 이상은 필요경비 불산입을 하는 것이다.
8.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자영사업자가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설사 외제차라고 해도, 이는 자영사업자의 사생활의 문제이다. 그러나 프랑스 헌법은 담세력에 따라 세금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고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자에 비해 담세력이 많은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 사회 나름의 시장경제와 조세공평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제도라고 본다. 우리나라 도심의 극심한 차량 혼잡과 대외 과시용 고가차량의 구입선호가 있는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면, 필요 이상의 고가 자동차 구입 경향은 축소될 것이고 근로소득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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