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가 금지됐으니 명예퇴직 제도도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를 열고 전관예우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의 부정한 청탁이나 알선 및 현직 공직자의 퇴직 이후를 대비한 취업 청탁 등을 금지하고, 업무 관련성 판단기간을 퇴직 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되자 국세청도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정부의 방침에 적극 동참해 구시대적인 그릇된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시각과 함께 반대로 전관예우가 금지됐으니 명예퇴직 제도의 폐지와 더불어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찍이 국세청 내에서는 복수직급 이상 고위간부들이 정년 2년을 남겨두고 퇴직을 하게 되면 기장업체 소개나 고문계약 알선 등으로 퇴직 이후 삶을 보장해주는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몇 년 전엔 6개월 지방청장으로 취임하고 명퇴를 하게 되면 관내 기업체로부터 알토란같은 고문료를 받을 수 있어 인사권자인 국세청장에게 청탁과 로비를 벌이는 악행까지 이뤄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전관예우 금지로 인해 퇴직 이후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지 않고, 정년까지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이 이득이다는 분위기이다.
아울러 공직에서 물러나면 불모지나 다름없는 세무대리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데 복수직 서기관 승진을 마냥 달가워할 수도 없거니와 조직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강요당해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애초부터 명예퇴직 제도는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방편에 치중됐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제는 공무원법이 정한 정년을 보장하고,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할 수 있는 대안마련에 집중해야 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국세청 내 초임세무서장의 경우 향피제로 인해 연고가 없는 곳으로 발령받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을 근무하며 퇴임 이후 세무사 개업 준비에 남모를 고충을 토로하며 속병을 앓고 있다.
특히 지방청 내 복수직 서기관들의 경우에는 세무서장 및 지방청 국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하게 되면 여러 가지 메리트가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그 상실감은 더욱 크다.
전관예우 금지법은 사회 비리의 온상을 차단하고,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으로서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젠 전관예우가 금지된 마당에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를 막고, 명퇴로 인한 기회비용의 손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