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을 퇴직한 전직 세무공직자들이 민간기업 등과 체결한 자문·고문료가 사법당국으로부터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검찰 기소단계에서부터 주류회사와 체결한 자문료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세무조사 무마의혹을 받고 있는 L 모 국세청 퇴직 간부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매월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을 퇴직한 세무공직자가 공직에서 쌓은 풍부한 경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민간기업에게 세무 자문·고문을 제공하고 받는 것이 자문·고문료다.
금전이 오고가는 것이기에 자문·고문계약을 체결해야 함은 물론이며, 언제부터 언제까지 매월 얼마를 자문·고문수수료로 지급할 것인지가 상세히 기록된다.
수 십 년 전부터 존속되어 온 이같은 자문·고문계약이 일탈된 세무조사의 알고리즘으로 표면화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국세청 또한 이같은 자문·고문계약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자인했으며, 얼마전부터 퇴직을 앞둔 간부들을 대상으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등 대책을 시행중에 있다.
그러나 갈수록 다변화하고 복잡화해지는 세무행정은 필연적으로 기업들로부터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굳이 경제학 원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수요가 공급을 이끌 듯, 국세청의 심층화된 세무조사에 대비해 기업들은 든든한 방패 한 두 개는 반드시 소지하려 한다.
얼마전 개업한 모 세무회계사무소의 공식명칭이 무적의 방패 ‘이지스’라는 점 또한 이를 극명하게 반영한다.
결국, 기업들의 세무 자문·고문 수요가 끊이지 않는 한 국세청 퇴직 직원들의 자문·고문 계약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이제는 자문·고문 계약을 문제삼기 보다는 체결된 자문·고문계약이 일탈된 세무부조리로 연결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지에서 횡행해 온 세무 자문·고문계약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원칙을 중시하는 국세청이 지금 해야 할 최우선 순위의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