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에 '稅務檢證制'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나타나 그 용어가 생소해 개념 정리가 미처 되기도 전에 '誠實申告確認制'로 용어를 바꿨다고 한다. 한문 풀이를 해보면 절반의 개념은 정리가 되나 과연 그 법률효과가 어떤 것인지는 명확히 표현돼 있지 않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납세자가 법인세 등을 정부에 신고함에 있어 미리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의 검증을 받아 신고하면 마치 과세관청의 조사를 받아 결정한 것과 같은 효력을 인정해 실지조사를 배제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납세자도 과세관청의 조사를 받는 것보다 좋을 것 같고 세무대리인도 세무대리행위에 권위가 인정되고 따라서 보수도 더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겨서 환영할 것 같다.
그러나 현행 신고납세확정제도와 상충되는 부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하는 문제와 납세자와 세무대리인간의 대리계약이 원만하게 수행될 것인가? 이 경우 세무대리인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현행 국세기본법(제22조)에 명시한 '신고납세확정제도'는 민주세제, 자주세제의 완성이라고 할만한 제도이다. 필자는 2002년2월29일 本 欄을 통해 이 한 대목이 稅制의 민주화시대를 열어 놓은 쾌거라고 치하하고 민주화는 자율화를 의미하고 자율화는 능률화를 가져오는 합리적 思考의 頂点을 이루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2000년7월20일 본 난을 통해 신고납세확정제도를 실현하는 담보적 작용으로서 규정한 更正의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할 내용을 법령의 규정에 따라 검증하고 신고하면 그대로 납세의무를 확정해 외부의 간섭을 배제한다는 것이며 다만 검증이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세무대리인에게 위임해 신고절차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법령이 미비해 신고대로 확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과세관청이 신고납세확정제도를 망각하고 이를 이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자의적인 기준을 마련해 조사하고 경정을 함으로써 신고납세확정제도의 실효를 거두지 못해 빚어진 결과이다.
만일 성실신고확인을 받은 납세자에게만 세무조사를 배제해 납세의무를 확정한다면 나머지 납세자는 신고납세확정제도로부터 버림받는 결과가 되어 민주세제의 후퇴를 가져오는 셈이 되는 것이다.
둘째, 세무대리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세무대리는 납세자의 위임에 의해 세무사 등의 자격을 가진 전문가에게 세무에 관한 검증, 조정, 신고 등의 행위를 대리하게 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쌍무계약의 한 형태이다. 따라서 세무대리인의 행위는 위임자인 납세자의 위임범위를 벗어나서 대리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성실신고 확인을 받기 위해 세무대리인이 납세자가 행한 사실행위의 眞僞까지 검증하려 든다면 납세자가 위임을 하겠는가? 만일 세무대리인이 법령상의 저촉이나 오류를 발견해 이를 시정하는 정도의 검증이라면 지금까지 행해 온 신고납세제도에서의 세무조정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정부가 의도하는 성실신고확인제도는 마치 세무대리인이 세무조사 공무원과 같은 위치에서 조사권의 행사와 같은 검증을 하여 신고할 것을 기대하고 그러한 수준의 검증이 못 되어 부실이 드러나면 세무대리인에게 업무정지 등의 징계처분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무대리인은 마치 정부의 조사권을 위임받고 그 위임자의 감독을 받으면서 위임자에게 책임을 지는 대리인의 위치에 서게 되는 셈이다. 위임관계가 이러하다면 납세자가 대리인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할 명분이 어디 있을까?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셋째, 세무대리인의 책임 한계이다. 세무대리인은 二重의 책임을 껴안게 될 수도 있다. 제1차적으로는 위임자인 납세자에 대한 책임이다. 성실신고 확인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보수를 받았으므로 성실신고확인을 받지 못하고 경정조사를 받는 경우에 져야 되는 책임이 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정부로부터 성실신고 확인이 되지 않는데 따른 징계를 받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너무 가혹한 벌이다.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세무대리인이 행할 수 있는 세무검증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만일 세무공무원의 실지조사와 같이 납세자의 사실행위에 대한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水位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세무대리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설사 이러한 검증을 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법정기한 내에 신고확인 업무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소화할 수 있다면 상응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대리인의 보수와 책임과의 형평도 고려해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제1차적인 방법은 납세자로 하여금 성실신고 확인을 받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선택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함께 짊어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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