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조사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0년에 전년 대비 6.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4.2%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과 비슷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5% 내외보다는 크게 낮은 전망치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성장률을 4.5%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2011년 대외환경을 살펴보자. 미국의 엄청난 규모의 화폐 발행(2차 양적완화정책)으로 기축통화 공급량 증가라는 사상초유의 조치가 향후 어떠한 부작용을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이 확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식과 채권의 동반강세가 나타나고 달러화 약세정책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함께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QE2 덕에 달러를 약화시켜 무역적자를 완화할 수 있을진 몰라도 본래 목적인 경기회복을 달성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부상도 눈부시다. 2010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을 제끼고 G2로 우뚝 선 모습을 보면 중국을 이웃으로 둔 우리로서는 엄청난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의 비상이 커다란 기회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점차 커지고 있는 중국 리스크 요인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해 들어 차이나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위안화 절상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등에 큰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GDP 기준으로 세계 14위쯤 되고 1인당 소득기준으로는 세계 40위권이다. 그렇지만 우리 정도의 인구규모(4천만명 이상)가 되는 중규모 이상 국가들로 제한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그리고 스페인 정도가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많으며 따라서 우리 경제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나라들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토대로 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구조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그리고 저부가가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산출 중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4년 43.9%를 기록한 후 하락해 지금은 35%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의 주력을 이루는 제조업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져 1994년 35%대에서 2008년에는 24% 남짓을 기록하고 있다. 충분히 위기감을 느껴도 좋을만한 수치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바 다른 변화가 없을 경우 10년이 넘으면 우리 경제는 초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10년 이내에 선진국에 안착하지 못하는 경우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글로벌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이에 올라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이 초국적기업화하고 역동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어주고 경쟁환경을 조성해 나가는데 진력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다 안전한 사회, 신뢰로운 사회,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는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지배적이어야 한다.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을 모으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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