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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법인세율 인하가 과연 필요한가?

김유찬 교수(홍익대)

 200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 그리고 종합부동산세에서 적지 않은 세부담의 감축이 있었다. 누진적 세율구조를 가지는 소득세에서는 개별 소득구간마다 2%포인트씩 세율인하가 이뤄졌으며 최고세율을 35%에서 33%로 인하하는 것을 두고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야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법인세는 2억이하의 법인소득에 대해 적용되는 세율은 13%에서 10%로 인하됐고 2억이상 부분에 대한 세율은 25%의 세율이 이미 22%로 인하됐고 아직 2%를 더 인하해야 되는지가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양도소득세의 다주택 중과세율도 완화됐고 종합부동산세도 부부합산을 부인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조정했으며 세율은 인하함으로써 세부담을 대폭 줄였다. 이를 통해 2009년의 감세규모만 해도 법인세율 인하로 2.8조원, 소득세율 인하 1.4조원, 양도세 인하 1.3조원, 종합부동산세 축소 1.5조원으로 합산하면 6조가 된다.
 이러한 세금부담의 인하는 누구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가? 조세의 귀착이론이 이를 설명한다. 우선 법인세에 대해 재정학 교과서의 입장은 (우리와  같은) 소국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에서 자본에 대한 과세는 최종적으로 근로자에게 귀착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깔려 있는 전제조건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성과 기타 다른 조건의 동일성이다. 이 조건이 현실에서 충족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기업이 회사를 해외로 옮기는 것은 큰 이전 비용이 들고 따라서 자본의 이동성 조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그럼 기타 다른 조건이 동일한가?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의 사업환경이 같을 수 없으므로 조건은 절대 동일할 수 없다. 결국 법인세율 인상의 부담이 대주주에게 귀착되듯이 법인세율 인하의 혜택도 대부분 주주에게 돌아간다.
 소득세의 경우에는 소득의 종류에 따라 구분이 된다. 사업소득에 대한 세부담은 법인세와 동일하게 작용할 것이며 이자·배당에 대한 소득세에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성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된다. 그러나 근로소득세는 근로자에게 귀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노동 수요의 임금탄력성은 일반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재산에 대한 과세에서는 재정학 교과서에서 전부 소유자에게 귀착되는 것으로 본다.
 200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감세는 부자감세인가? 최근 이뤄진 감세의 수혜자가 고소득층인 것은 위에서 미뤄 볼 때 확실하다. 뭐라고 둘러대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우리가 검토해 봐야 하는 한가지 사안은 과세가, 특히 법인세의 부담이 투자와 같은 경제활동을 저해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비록 세부담 감소의 혜택이 직접적으로는 고소득층에게만 돌아간다 하더라도 감세로 투자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효과가 다른 소득계층에게도 확산된다면 비록 부자감세라고 하더라도 이를 부인할 수만은 없다. 
 과연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투자가 늘어나는가?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개연성이 존재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본비용이론(Theory of Capital Cost)을 개발한 Jorgenson(1963) 등의 연구에서는 조세가 자본비용에 영향을 주고 투자를 저해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조세를 줄이면 투자는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그 정교성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이론이다.     
 1996년의 Cummins/Hassett/Hubbard의 연구(Tax Reforms and Investment, in: Journal of Public Economics, 62)에서는 법인세율과 투자의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그 뒤로 이를 지지하는 연구가 계속된 것은 아니고 단발성에 그쳤다. 계량경제학 분야의 연구들의 성격상 결과가 직관(intuition)에 의해 지지되지 않는 경우 실증분석의 결과가 훨씬 더 풍부해야 법인세율과 투자와의 관계가 의미있게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연구에서도 그동안 법인세와 투자의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다가 김진수 외 2인(주요 국의 법인세제 변화 추이와 우리나라 법인세제 개편방안, 2003, 조세연구원), 그리고 김우철(법인세 부담이 기업의 투자활동에 미치는 변화 분석, 2005, 조세연구원)에서 유의미성을 입증하는 연구 발표가 나오기는 했다. 두가지 연구에서 보여준 것은 그러나 매우 미약한 상관 관계이다. 김진수외 2인의 연구(2003)에서는 법정법인세율이나 한계세율(유보소득을 재원으로 한 경우)을 1%point 인하하면 실질설비투자 증가율이 0.0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그리고 유효세율(납부세율/과세소득)은 유의미한 관계를 갖지 않으며 한계세율(차입자본을 재원으로 한 경우)의 인하는 설비투자를 감소시키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줬다. 김우철의 연구(2005)에서는 법인세부담이 투자에 -(음)의 효과를 가지나 미미한 수준으로 통계적으로 무시될 만한 수준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직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법인의 총비용에서 법인세비용의 비중을 보자. 국세통계연보에서 2008년의 법인기업의 수입금액은 2천776조, 당기순이익은 171조, 그리고 산출세액은 44조이다. 법인기업의  수입금액에서 총비용의 비중은 93.84%이며 이중 법인세비용의 비중은 1.59%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법인세의 10%를 줄여준다면 법인의 총비용 중에서 0.1%point 에 해당하는 비용 감소효과가 나타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모의 세부담이라도 줄이는 것을 물론 선호하겠지만 이 때문에 투자에 대한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보면 법인세율 인하는  우리 경제를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기업의 투자에 영향이 없으므로 법인세율을 마구 올려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국가재정의 유지를 위한 비용을 계층간 응능과세원칙에 입각해 적절하게 나누자는 것이며 특히 적자재정의 문제가 국가적인 현안 과제로 등장한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기업은 효율성(즉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위해 형평성을 희생(부자감세를 수용)하라고 계속적으로 요구하지만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로 투자 증가가 이뤄지지 않고 투자가 이뤄져도 고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실(설비투자로 인력 대체)을 들여다 보면 경제적으로 그러한 주장이 설 기반은 이 땅에 없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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