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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관세국경관리와 기업지원의 조화-

여주호 관세사·청솔관세법인 대표

 

 '총성없는 전쟁'은 흔히 경제 전쟁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곤 한다. 우리 기업은 수출경쟁력의 확보, 환율전쟁, 시장의 선점, FTA, 비관세 장벽 등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다. 관세청은 화물검색 및 감시업무를 통해 안전한 관세국경 관리와 수출입기업의 신속한 통관관리,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무관리 등 '국경관리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그동안의 노력을 대변하듯 관세청은 지난해에 이어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전세계 관세행정평가에서 2년 연속 세계1위를 차지했다. 관세청장 이하 모든 직원들이 그동안 수출입 기업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결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옛말에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한다는 말이니, 잘하는 사람에게 더 잘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관세청이 현재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나, 최근 FTA 원산지 증명에 대한 기업지원 문제, AEO(이하 '종합인증우수업체') 지정을 위한 중소기업의 기회비용, 기업심사에 대비한 납세협력비용의 최소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이전가격의 조화문제 해결 등 기업들의 요구는 복잡하면서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FTA와 관련해 이익을 향유하려면 각 협정별 원산지규정과 원산지 증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인적·물적 한계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출입 업무를 하지 않았던 내수기업의 경우, 국내에 물품을 공급할 때에 '원산지확인서'를 발급해 줘야 한다. 세번 변경 기준의 경우에는 소요원재료별로 HS-CODE를 찾아서 기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부가가치 기준의 경우 관세평가, 원가정보, 품목별 부가가치 기준의 판단 등 기업 스스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맞춤형 밀착 컨설팅이 필요하다. 한편, 동일 물품에 대한 양 관세당국의 관점 차이 때문에 수입국 세번과 수출국 세번이 다를 경우에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 FTA 체결국 또는 협상 진행 중인 상대 국가에 관세협력관을 파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수출기업 혹은 해외진출 생산기업이 상대국에서 통관 지체, 특혜 배제, 비관세장벽의 발동 등 관세당국의 조치로 인해 산업피해를 예방하고, 기업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경관리업무, 소위 CIQ업무의 통합 및 수출입요건 확인업무를 세관으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관세국경보호청에서 수출입과 관련된 수출입 전후 및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수출입과 관련되는 식품위생, 식물방역, 전기용품 안전관리 등의 업무도 통관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유통단계까지 관세당국에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원산지 이력관리제도가 그 좋은 예이다. 통관과 유통단계가 세관으로 일원화되면 물품의 추적이 쉽고, 식품류에 대한 소비자의 안전, 불법 원산지 표시에 대한 국내기업의 보호 등의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국경관리 업무가 될 것이다.

 

 셋째, AEO 업무에 대해 기업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관세청에서는 중소수출업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조직과 인력·자금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관세청 AEO지원팀의 조직과 인원을 확대해 효과적으로 밀착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AEO인증을 획득하는 경우에 수출기업은 물품을 수출할 때에 물품검사 및 통관절차 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수입기업은 관세청의 법인심사, 기획심사의 면제, 담보액의 증액 등 관세협력비용을 절감하고, 상대적으로 관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AEO 인증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납세협력비용과 물리적 비용 및 기회비용, 그 결과물로 얻는 공인혜택을 비교해 볼 때 더욱 버겁다. 기존자율심사제도와 AEO를 이원화해 운영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실익이 있다. 특히, 수출상대국의 리스크가 없는 수입기업의 경우에는 물류보안보다는 기업심사에 더 관심이 있다. 이러한 기업은 물류보안까지는 필요없으므로 자율심사를 유지하는 것이 납세협력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자율심사업체라고 하여 과세당국이 심사를 유예한 것일 뿐 '부과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제척기간이 경과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심사해 재경정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지자체의 경우 충분한 설득과정이 부족한 제도의 개정 및 폐지로 인해 집행기관의 신뢰도 손상 및 민원을 발생시켜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어렵게 만든 경우가 많다. AEO제도와 더불어 성실도가 매우 높은 중소 수입업체를 위해 자율심사제도를 유지하게 되면 심사의 사각지대가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또한 수출을 주로 하는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연적으로 AEO인증을 받을 것이고, 수입을 주업종으로 하거나 중소기업은 자사의 상황을 고려해 자율심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필요하다면 전략적으로 AEO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가벼워진 물류보안측면의 AEO제도는 어쩌면 빠르게 정착될지도 모른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최소한의 납세협력비용으로 관세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유지돼 당초의 행정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효율적인 국경관리와 기업의 이해관계는 때로는 상충될 수 있다. 안전과 신속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기업의 권리와 의무에 관련되는 제도의 신설과 폐지는 납세순응을 감안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세계은행 발표 통관행정 1위의 위업을 축하하며, 쓴소리도 포용하는 관세청은 명실공히 기업에게 더욱 신뢰받는 국경종합행정기관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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