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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보면서

우명동 성신여대 교수

  지난 8월23일 기획재정부가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유관기관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평가들이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개편안의 핵심목표를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에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볼 때, 그러한 개편 방향이 적절한지 여부이고, 또 하나는 개편안에 제시되고 있는 각종 정책수단들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적지 않은 논자들이 재정건전성과 관련지어 논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 문제를 단순히 현상적이고 단기적인 수입과 지출사이의 갭이라는 차원에서 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무릇 재정건전성이라는 것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문제시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우리 재정구조가 장기적인 안정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재정의 모태로서 우리 사회경제구조가 지속가능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 사회는 먼저 조세부담구조 자체가 장기적인 안정성을 보장하기에는 부적절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시돼 오고 있다. 생계비적 성격이 강한 근로소득에 비해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에 대한 과세가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주식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이라든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상속증여, 재산 보유에 대한 과세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결국 전반적으로 조세체계가 사회구성원들의 생산적 본능을 촉진하고 비생산적이고 천민적인 축적본능을 억제해 국민들의 생활과 생산활동을 지원해야 할 고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조세면에서 장기적인 안정성이 온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는 지난날 불균형 성장과정에서 배태되고 오늘날 천민적 시장근본주의가 심화시킨 전기적이고 비생산적 사회경제구조가 온존·심화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는 일반 시민들의 생산적 관행의 위축으로 이어져,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해받고 있는 현실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세부담구조와 사회경제구조는 서로 작용·반작용하는 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조세부담이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경제구조가 생산적인 형태로 자리잡아가야 할 필요가 있으며, 거꾸로 세제는 사회경제구조가 그러한 방향으로 자리잡아 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개편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세제개편안이 그 방향을 크게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으로 택한 것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개편안의 세부 내용이 그러한 목표에 얼마나 부합되는가이다. 위와 같은 기준에서 보면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지원에 고용 창출을 연계시킨 것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종의 과세를 강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관련 세제지원을 강화한 것, 나아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도 바른 방향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촉진을 명분으로 일률적으로 행해진 법인세율 인하조치를 그대로 두고 투자 연계 세액공제제도를 없앤 것이 적절한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주식양도차익, 금융소득, 상속증여, 재산 보유 등에 대한 과세 강화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개편안을 두고 서민생활 안정에 목표를 둔 개편이라 할 수 있을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개인이나 집단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그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자신이 제시한 견해가 우리 사회를 어느 쪽으로 나가게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사회관)을 숨김없이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면, 어떠한 방향이 현재 우리 상황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보다 풍부하게 발휘하면서 살아가게 하는 것인지로 논의가 모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논쟁에서 방향성이 정해지면, 세제개편은 기술적으로 다듬어가는 문제로 단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제시되고 있는 개편안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앞으로 국회의 심의·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세제개편이 진정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시키는데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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