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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우리나라 분배구조의 특징과 정책 대응

성명재<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을 저점으로 최근까지 분배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그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득분배 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은 시기적으로 '97∼98년의 외환·경제위기 기간보다 2∼4년 정도 앞선다. 그렇지만 체감적으로는 생계위협을 느끼게 된 90년대말부터 소득분배 문제에 대한 우려와 걱정, 고통이 커다란 사회·경제적 문제로 자리매김했다. 경제위기 이후 모든 정부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분배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정책을 수립·전개하고 있는 것도 분배격차 확대로 인해 파생되는 빈곤층의 생활고 가중 및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대소득분배 구조는 격차 확대의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반인들은 그 속도 못지않게 상대격차의 수준도 매우 높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분석자료와 방법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주요 선진외국과 비교해 볼 때 현저한 차이로 낮다. 다만 선진국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기 때문에 임의대로 처분이 가능한 가처분소득 불평등도의 격차는 크게 좁혀진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가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는 사실보다도 국민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현재의 불평등도가 더 크다는 데 있다.
 빈부격차가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는 인도의 경우 분배격차를 보면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이어야 하나 현실은 거꾸로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는 객관적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분배불평등지수가 분배격차의 현주소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행복도를 나타내 주지는 않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분배 불평등지수가 세계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행복지수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분배문제가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까닭은 행복에 대한 주관적 판단의 차이에도 일부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소득분배 격차확대에 대한 정책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소득분배 구조의 특징을 보면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첫째, 고소득층일수록 생애기간 중 소득 확장기가 길고 은퇴 등으로 인한 소득수축기가 짧다.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그와 반대이다.
 둘째, 분배구조의 특징상 고령층으로 갈수록 상대소득 불평등도가 커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인구의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우리나라 전체의 소득분배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셋째,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인구의 고령화가 소득분배 격차의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 요인변동에 의해 분배격차가 확대됐으나 최근에는 동인(動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향후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분배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분배격차의 확대가 고령화로 인한 것인지 경제적 요인변화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해 각각에 대한 정책들을 적절히 잘 조합해야 한다.
 다섯째, 경제적 요인에 의한 분배격차의 확대에는 노동시장의 경직화가 상당한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고용안정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이미 취업 중인(정규직)근로자에 해당되는 것일 뿐, 미취업·실업 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그 이전 기간에 비해 노동(고용)안정성이 하락했다. 이런 효과가 누적됨으로써 90년대 중반 이후의 소득격차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분배 및 재분배 정책의 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자.
 우선 노동시장의 신축성을 확보함으로써 경직화로 인해 초래된 상대소득격차의 확대추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작금의 소득분배 격차의 확대 이면에는 소득계층간·세대간 정보력 격차로 인해 초래되는 부분이 크므로 정보력 격차의 축소를 위한 정책에 좀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셋째, 최근에는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물리적·육체적 수명보다 경제적 수명이 짧아짐으로써 생활고를 겪는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재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확산이 시급하다. 넷째, 인구고령화 문제는 실업·미취업, 노동시장 경직화 문제와 구별되는 만큼 분배격차 확대를 요인별로 구분해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분배문제의 핵심은 기본생계 및 기초문화 생활이 어려운 계층을 최소화하는 것인 만큼 단순한 소득불평등도를 정책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빈곤율 등을 정책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밖에도 많은 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상의 논의라도 시급히 해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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