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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좋은 조세제도에 대한 단상

禹 明 東 성신여대 교수

 우리 인류가 집단생활을 해 온 이래로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이름의 조세가 있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조세라는 것은 원래 국가가 해당 사회 구성원들의 생산활동의 성과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다 보니, 어느 시절이나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은가를 놓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 어떤 조세제도가 좋은 것일까?
 그 옛날 국가가 모든 소유권을 갖고 있던 시절에는 조세라는 말은 있었어도 형식은 소유주로서의 국가의 권리에 근거한 징수라는 성격을 띤 것이었다. 그래서 그 시대의 바람직한 조세제도라는 것은 통치적 내지 윤리적 성격의 규범이 지배하는 정도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소유권을 갖게 된 소위 시민사회 이후에는 국가가 시민들의 동의에 근거를 두고 그들의 생활을 지켜주고 나아가 삶의 질을 더 낫게 해주기 위해 조세를 걷고 또 사용한다는 시민 내지 사회 중심의 규범적 성격을 띠게 됐다. 이 시기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조세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놓고 많은 연구가들이 자신의 철학이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자신들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시민사회 경제질서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밝힌 스미스(A.Smith)는 그의 유명한 '국부론'에서 여러 원칙을 제시하고 있지만 조세는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일 앞에 내세우고 있다. 그가 말한 '평등성'이란 시민들이 각자 능력에 따라 납부할 수 있는 조세여야 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그는 '능력'을 시민들이 그들 각자가 국가의 보호 아래 향수하는 편익에 비례해서 납부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있다. 한편 스미스 이후 한 세기쯤 지난 19세기 후반 독일의 재정학자 바그너(A. Wagner)는 스미스 원칙에는 보이지 않던 '과세의 공평성'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공평성이란 조세는 지불능력에 따라 부과돼야 한다는 것으로써, 구체적으로는 누진세율을 적용해 소득이 조세에 의해 재분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컫는 것이었다. 한편 금세기 최고의 재정학자로서 명성을 얻은 머스그레이브(Musgrave)는 위 두 사람을 포함해서 그간 다양한 학자들이 제시해 온 많은 원칙을 종합정리해서 제시하면서도 위 두 학자와는 달리 경제안정과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의 활용을 도울 수 있는 조세가 바람직한 조세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좋은 조세제도가 갖춰야 할 조건을 놓고 소위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학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내놓은 내용이 왜 이처럼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원칙들을 평면 위에 놓고 특정 사회에 적용시켜 보려 하면 도대체 조세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게 되고 만다. 무엇보다도 위 세 사람의 원칙이 서로 다르게 제시된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미스의 원칙은 한마디로 규제와 억압이 팽배해 있던 절대왕정 마지막 시기에 그러한 규제와 억압을 풀어 시민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게 하여 전체적으로 국부를 증대시키고자 하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그렇게 성립된 자유자본주의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부와 소득의 불공정한 분배가 심화되고 그로 인해 노사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 직면해, 바그너는 과세는 가능한 경제적 능력에 따라야 하며, 경제적 능력은 소득이나 부의 절대값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늘어나므로 차별적인 누진세가 부과돼야 함을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금세기를 살아온 머스그레이브는 20세기 이래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기적인 경기변동을 경험한 사람으로, 조세제도도 이러한 금세기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중요한 경제문제를 푸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함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조세를 규정짓는 원칙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제시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특정 시기 특정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바람직한 조세제도가 지녀야 할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이 분야에 평생을 몸 바쳐 연구하고 시대를 넘어서 그들의 가치가 전해져 오는 위대한 학자들의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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