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미약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선 세무서는 전 국세청장들의 불명예 퇴진 충격에서 벗어나 요즘 다시 뛰기 위해 신발끈을 질끈 묶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지난 6월30일 단행된 일선 서장들의 명예퇴임식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퇴임식장에는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가 울려 퍼지는가 하면, 퇴임식 중간 중간에 희망찬 멘트와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을 보이며 즐겁고 희망찬 분위기 속에서 연출됐다.
또 일선 서는 현재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돌리지 말 것을 자체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 스스로 만든 '원칙'으로, 회식 다음날 과음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납세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신뢰도를 상승시키려는 노력이다. 또한 가정에도 충실할 수 있어 개인사로 인한 업무지장 초래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상관의 눈치를 보는 것에서 탈피해 자율적으로 필요할 때 휴가를 사용하고 있어 일의 능률을 높이고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이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이 국세청 변화 움직임이 더 크고 단단한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 청장은 학연, 지연, 혈연에서 벗어나 누구나 인정하는 적절한 인사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
백 청장이 지난달 16일 취임한 후 처음으로 단행한 국·과장급 인사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깊게 지켜봤다. 일각에서는 '백 청장이 백퍼센트 자신의 의중대로 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백 청장이 국세청내 인적구도를 아직 다 파악하지 못 한 가운데 단행된 인사였다는 점과, 인사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인사에 대한 후평은 조용할수록 좋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원칙'처럼 되어 있다. 만약 인사권자가 자기 소신대로 인사를 못하고 어떤 외압이나 간섭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면 전체 조직을 위해서도 퍽 불행한 일이다.
백 청장은 정치적 외압이라는 태풍을 직원들이 스스로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온몸을 던져 '바람막이'가 돼 줘야 한다.
이와 함께 세무조사 무마·뇌물수수·인사청탁이라는 단어가 국세청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항상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의견을 청취하며 당당함과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하루 빨리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