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는 일하는 시간은 많은데 비해 생산성이 낮아 선진국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회식 등을 통한 술 소비는 과다하게 많은 반면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적어 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형편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경쟁력을 발목잡고 있는바 일하는 동안의 노동강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교육경쟁력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 학생들 특히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학생의 평균적인 성적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사교육을 포함한 투입시간 대비 성과로 측정할 경우 오히려 꼴찌에서 세는 것이 빠르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도 IMD 2009년 평가에 따르면 57개국 중 51위란다.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17대 국회 이래 입법부가 제안하는 법안의 수가 행정부 제안법안 수를 능가한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올해 국회는 개점 휴업상태인 시간이 지나치게 많았다. 법안의 장단기 영향에 대한 밀도있는 분석에 기초한 토론보다는 이념적인 논쟁이 횡행한다. 획일적인 정당 위주 투표행태로 생산적인 토의과정보다는 폭력과 폭언장면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때가 많아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수준은 거의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선진화는 이 부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일을 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민주화 과정에선 일체의 기존 가치와 권위를 부정하는 '폭민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게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만인과 만인이 싸우는 천민사회, 저품격사회가 되기 쉽다. 선동가가 많아지면 법과 원칙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실패한다. 선동가가 표를 얻는 방법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방법이다. 정치적 선동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며 민주적 시민·공민의식을 육성해 내지 못하면 선진화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전직 대통령 서거로 6월 국회 순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염려스러운 것은 아예 6월 국회 자체가 물 건너 가거나, 한·미 FTA 비준 논의같은 중대한 국정과제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또다른 불행이기에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노동계도 각별히 차질없는 국정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 대 북한정책도 국회 내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만들어져야 한다.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통한 남북통일이 희망사항이지만 이는 갈수록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개혁·개방을 할 수 없을 것 같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면 하드랜딩의 가능성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으므로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장단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불행을 겪든 말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따로 시간을 내주지 않은 채 냉혹하게 전개되고 있고, 우리는 이를 극복할 지혜를 짜내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국회는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초 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관련 노동법과 은행지주회사법 등 몇가지 쟁점법안을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했고 각종 세법 개정안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국회가 공전된다면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 가운데서도 기업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저출산 같은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안을 내놔야 떨어진 국민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열심히 뛰어도 냉엄한 국제 생존게임에서 살아날지 불투명한 절박한 상황에서 모두가 화합하고 국정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밤을 새워 일하는 노력으로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다고 하면 이제부터는 국회도 이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치열하게 토의하고 일해야 한다. 우선 임시국회를 최대한 빨리 개최해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당장 7월에 계약기간 만료가 도래하는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