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디에고 마라도나가 지휘봉을 잡은 세계랭킹 6위 아르헨티나 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세계랭킹 56위에 불과한 볼리비아에 6골이나 내주는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아르헨티나는 2일(한국시간) 라파스에서 열린 월드컵 남미 예선 12차전 원정경기에서 볼리비아의 공격수 호아퀸 보테로에게 해트트릭을 헌납하며 1-6으로 무릎을 꿇었다.
파라과이(7승3무2패.승점 24)에 이어 2위는 지켰지만 칠레와 승점(19)은 같아졌다. 아르헨티나는 골득실(+5)이 칠레(+3)에 앞서 있을 뿐이다.
아르헨티나는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와 카를로스 테베스 등 호화 멤버를 총출동시켰지만 해발 3천600m 고지대에서 치러진 원정 경기에서 오는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참사'는 감독 마라도나의 자만에서 비롯됐다.
아르헨티나 선수단 23명 가운데 16명은 라파스에서 처음 경기를 뛰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킥오프 2시간 전에 라파스에 도착했다. 걷는데도 숨이 찬다는 고지대 적응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덤 셈이다.
마라도나 감독은 해발 2천750m가 넘는 경기장에서는 축구 경기를 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방침에 반발하는 볼리비아에 동조해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함께 라파스에서 자선 축구 대회에서 뛰었던 전력이 있다.
고지대 경기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볼리비아는 전에도 아르헨티나를 5차례나 이겼지만 모두 홈에서 거둔 승리였다.
남미예선 10개 팀 중 9위로 밀려 있는 볼리비아는 전반 11분 마르셀로 마르틴스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았으나 아르헨티나는 전반 25분 루이스 곤살레스의 동점골로 1-1을 만들었다.
하지만 볼리비아가 보테로의 골 퍼레이드를 앞세워 아르헨티나의 전의를 꺾었다.
보테로는 전반 34분 골문을 갈라 팽팽한 균형을 깼고 후반 8분 페널티킥 골에 이어 4-1로 달아난 후반 21분에도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어 아르헨티나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볼리비아는 종료 3분 전 디디 토리코의 골로 5점차 대승의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남미예선 선두인 파라과이는 에콰도로 원정에서 공방 끝에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0개국이 참가하는 남미예선에서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풀리그를 벌여 팀당 18경기를 치른 뒤 4위까지 남아공 월드컵에 직행 티켓을 얻고 5위는 북중미-카리브해지역 예선 4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유럽예선에서는 '무적함대' 스페인이 험난한 터키 원정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후반 18분에 터진 사비 알론소의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알베르트 리에라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낚았다.
스페인은 이날 승리로 유럽예선 5조에서 쾌조의 6연승으로 선두를 질주했다.
또 예선 4조의 '전차군단' 독일은 미하엘 발락의 선제 결승골과 상대 자책골로 웨일스 원정을 2-0 승리를 장식했고 예선 6조에 속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피터 크라우치의 선제골과 존 테리의 결승골로 한 골 만회에 그친 우크라이나를 2-1로 물리쳤다.
이와 함께 7조의 프랑스가 리투아니아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프랭크 리베리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낚은 반면 8조의 이탈리아는 아일랜드와 1-1로 비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