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의 제일 목적은 정부의 재정지출 수요 충족을 위한 세수 확보이다. 부차적으로는 조세 부과를 통해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소득재배분 기능,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또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 등이 중요시된다. 경제활동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소비·투자 등의 결정과정에 개입해 자원배분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조세를 부과하면 균형된 자원배분구조가 종종 왜곡되기도 한다. 재분배를 위한 누진소득세, 투자 촉진 또는 자본 유치 등을 위한 법인세 세제지원 등이 노동과 자본의 공급을 변화시키는 대표적인 예이다. 왜곡효과는 사안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방향에서 전개될 수도 있다.
왜곡효과는 본래 의도하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하지만, 의도적으로 왜곡을 발생시키기 의해 조세를 활용하기도 한다.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적정 수준보다 과도 또는 과소한 상태에서 균형이 이뤄진 경우에 흔히 의도적인 개입을 통해 왜곡을 발생시킨다. 소비에 따라 추가적으로 편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소비를 장려하기도 한다. 반대로 추가적인 비용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조세나 부담금 부과를 통해 소비를 억제하기도 한다.
모두에 서술했듯이 조세의 주된 목적은 정부 재정수입원의 확보이다. 그렇지만 종종 현실에서는 주목적보다 부수적 목적이 더 중요시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주류, 담배, 석유류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대표적이다. 이들 세 품목은 소비시에 음주·흡연으로 인한 물적·인적자본의 손실, 환경오염, 교통혼잡 등과 같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추가비용은 흔히 경제학 전문용어로 사회적 외부비용이라고 지칭된다. 외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소비를 통해 얻는 효용(또는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진다. 따라서 적정수준보다 과다한 소비가 이뤄지게 된다. 과도한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소비 억제가 필요하다.
소비 억제의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간단한 배분방법은 규제이다. 추첨, 할당 또는 균일배급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사회주의나 전체주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소비자의 의사나 효용을 무시한 채 정부당국의 강제배분에 의존하기 때문에 매우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결과를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강제적인 규제를 통해 통계적으로는 소비량을 목표수준에 맞출 수 있지만 소비자의 개별선호도가 무시됨에 따라 또다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이런 배분방법은 적절치 않다.
규제적·통제적 배분방식의 불합리성을 극복하면서 효율적인 자원배분구조를 회복해 적정 수준의 소비억제목표를 달성하는 데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해당 품목에 개별소비세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흔히 피구후생적 조세라고도 한다.
소비세 부과를 통해 해당 품목의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수요량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개별 소비자별로 소비를 포기하거나 감축하는 정도는 자발적 의사결정에 기반하도록 하는 만큼 강제배분방식에서 나타났던 비효율성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주류, 담배, 석유류에 대해 일반소비재보다 더 높은 세율로 개별소비세를 과세하고 있는 것도 외부비용 축소를 목적으로 소비 억제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품목은 대체로 중독성이 있거나 일상생황에 밀착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소비가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일수록 소비 억제를 위한 세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건값(판매원가)보다 세금이 더 많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주류, 담배, 석유류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소비세를 부과되고 있다.
한가지 아이러니컬한 것은 고세율의 소비세 부과는 소비억제 기능을 담당할 뿐이며, 해당 세수가 세금을 부담한 소비자를 위해 반드시 사용돼야 한다는 것과는 아무런 논리적 개연성이 없다. 경제이론적으로도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조세론 또는 재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소비억제적 조세의 기능은 소비세 부과를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균형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으로써 소임을 다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세율의 높음을 들어 관련 세수를 해당 소비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구후생적 조세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주장의 논리적 설득력은 미약하다. 다만 조세저항을 통한 주장의 현실적인 파괴력은 상당히 크다. 비록 이런 주장이 후생경제학적으로는 지지되기 어렵지만 다른 상황에서 다른 이유로 일부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지면 관계상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