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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징수행정의 개혁방향

조세제도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정된 제도를 바르게 집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집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평한 제도가 불공평하게 될 수 있고 정부재원조달의 비효율성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징세행정기관의 중심인 국세청의 조직을 어떻게 개편하고 감독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구축한 온라인서비스 시스템도 더 다듬고 개선할 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세무조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부단한 연구와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세행정의 개선과 효율화를 위한 논의에 앞서 징세행정의 방향과 관련된 논의가 좀 더 심도있고 진지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징세행정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조세제도가 단순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조세제도의 단순화를 많이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조세제도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부동산 관련 조세를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으며 법인세나 소득세의 각종 비과세 감면조항들이 많은 행정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세제도가 복잡하게 되는 것은 조세제도를 갖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연이 있는 계층들을 고려하면서 여러가지 정책효과를 얻으려고 욕심을 내다 보면 제도가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해진 제도는 처음에 의도했던 효과들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너무 복잡해서 제도가 정밀하게 시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도를 과감하게 단순화하면 커다란 줄기의 효과를 확실하게 얻으면서 행정이 편해지고 또 무엇보다도 행정이 투명해진다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행정 자체의 효율화를 위해 행정의 전체적인 틀을 다시 짜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국세와 지방세의 행정을 통합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국세청을 지방세 행정까지 담당하는 '조세청'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지방세 행정도 자치행정의 중요한 한부분이므로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인 간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캐나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잘 해결해 오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국세청과 지방세징수 위탁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자치단체는 전문적인 지방세 행정인력을 확보해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징세행정조직인 국세청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이러한 행정 통합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하려면 지방세가 국세징수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쉽게 징수할 수 있는 형태(예를 들면 지방소득세처럼 세원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세금 등)를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과제는 사회보험료의 징수와 관련된 것이다. 최근 이들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합징수하기로 한 법안이 상정됐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유사한 업무의 중복 등을 생각하면 통합징수가 올바른 방향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합징수하는 것보다 국세청에서 통합징수를 하게 되면 통합은 더 넓게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나 통합을 추진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업무가 조정될 때 이에 상응하는 인력이나 조직의 정비 조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조정의 대상이 되는 기관들이 모두 공공기관들이지만 각 기관의 이른바 부처이기주의, 노동조합의 반발 등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요컨대 징세행정의 효율성을 논의할 때 유사한 징수행정통합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서둘러 밀어붙이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우선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 국민들이 징수행정의 비효율로 얼마나 더 많은 부담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여러 대안들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확실한 방향이 선택된 뒤에는 구체적인 개혁안을 만들어서 그것을 확실하게 정착시켜야 한다.

 

행정구조상의 불합리성으로 말미암은 비효율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것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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