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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지방소득·소비세 도입 정책합의 번복에 따른 예산 낭비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오래됐지만 특히 참여정부에서 강도높은 작업이 진행됐으며, 한때 지방소비세의 도입은 부처간 합의도 이뤄졌었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인사교체 등으로 말미암아 합의한 사항은 원점으로 되돌아가 지금 다시 현안문제로 부각돼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 참여하면서 과정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국가예산의 비효율을 너무 과도하게 초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참여정부는 초기에 지방분권의 중요성과 함께 지방세수 확충의 일환으로 지방소비세의 도입을 강조했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의 촉진을 위해 2003년초 청와대에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설치해 산하에 4개 분과위원회를 뒀는데, 그 중 한 분과인 재정세제위원회가 재정세제 전반에 대한 혁신을 시도했다. 2003년부터 2년동안 재정세제와 관련된 많은 제도들이 검토됐는데, 지방세와 관련해서는 주로 지방소득세 또는 지방소비세의 도입이 주요한 쟁점이었다. 특히 지방소비세의 도입이 화두였지만 그 당시 행정자치부와 재정경제부의 의견이 서로 달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이후 2005년초에 지방소득·소비세의 도입이 청와대에 조세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재논의됐다. 2005년말 행정자치부와 재정경제부는 지방소비세의 도입에 일차적인 합의를 하고 2006년 초에 청와대 보고계획을 세웠으나 보고자체가 무산돼 실시되지 못했다. 그 당시 재정경제부는 지방소비세의 도입에는 찬성했으나 지방소득세의 도입은 반대했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인사교체는 이러한 합의사항 자체를 없던 것으로 간주해 버렸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오면서 지방소득·소비세의 도입 논의는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규제 완화와 맞물려 지방소득·소비세의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 2008년 정기국회에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에 대한 안건이 기획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의원입법으로 상정됐으나 회기가 끝나면서 무산된 상태이다. 수도권규제 완화는 비수도권의 불만을 자극하게 되어, 정부는 지난 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지방재정제도 개편 전문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지방소득·소비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특별위원회를 통한 지방소득·소비세 도입 논의에서는 더이상 전문가의 시간과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모두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지방분권의 올바른 정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행정안전부에서는 재정분권을 이루기 위해서 자주재원인 지방세수를 확충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방세수의 확충보다는 지방세가 가격기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쪽의 주장은 모두 맞다. 따라서 하나씩 풀어 나가면서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목표가 동일하다면 양쪽이 약간씩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해 내어 지방재정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의 효율화를 기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지방재정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지방세의 가격기능역할 제고를 위해 최저한세율제도의 도입을 주장한다. 최저한세율제도는 지방세법에 최저한의 세율과 최소한의 과세대상만 정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조례로 위임하는 것이다. 즉 이 제도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필요한 재원은 스스로 마련해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최저한세율제도는 현재도 존재하는 탄력세율제도를 확대한 것으로 성격은 거의 유사하다고 본다. 탄력세율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저조한 것은 세율을 상향조정한다고 하더라도 자치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재원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의 대부분이 이전재원으로 충당되고 있는 현 상황 하에서 지방세의 가격기능 역할을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저한세율제도는 우선적으로 지방재정의 대부분이 이전재원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자주재원인 지방세로 구성하도록 한 이후에야 실질적으로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최저한세율제도의 도입 이전에 탄력세율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용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 행정안전부가 주장하는 지방세수의 확충은 일견 타당하다. 그렇지만 이전재원은 축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세수를 확충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중앙과 지방간 현재 재원은 그대로 유지하는 재원중립 차원에서 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세수가 증가하는 만큼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이전되는 재원의 규모는 축소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세수가 증가하고 이전재원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방재정에서 이전재원보다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추진하도록 하고 문제가 되는 자치단체는 재정조정제도를 통해서 보완해 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원 중립을 전제할 경우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 두 부처 모두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국가재정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해서 서로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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