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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6. (목)

재정융자 종합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재정융자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재정부문에서 조성된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정책행위이다. 시장시스템에 의해서는 서비스가 공급되지 못하거나 사회적으로 적정한 양이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정부의 개입이 이뤄지게 된다. 이 때 재정융자의 혜택은 자금의 가용성 증대와 저리로 인한 이자율 차이만큼의 실질적인 재정지원의 형태로 나타난다.

 

정부의 융자사업은 재정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 왔다. 2008년도 중앙정부 재정융자(flow) 규모는 24.6조원 수준이고 2007년말 기준 융자자산 잔액(stock)은 113.1조원으로 5대 시중은행 자산평균(160조원)의 70% 수준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재정융자 규모(flow)는 최근 4년간 평균 3.5% 증가하고 있으며 15개 부처에서 174개 사업을 34개 회계 또는 기금을 통해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등에서는 얼마 전까지 즉 세계적 금융위기 전까지 저금리기조와 재정부문의 적자 그리고 국가채무의 급증 등 금융환경과 재정여건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재정융자제도의 이차보전방식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곤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제는 더 이상 별 의미가 없는 재정융자사업들이 관행적으로, 그리고 기금이 조성돼 있기 때문에 지속되는 점이다. 정책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융자사업이라면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면서 이차보전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자금의 가용성이 중요한 사업이라고 하면 타 사업과의 비교를 통해 적절한 보조율이 적용되고 있는지 꼭 필요한 사업자에게 자금이 할당되고 있는지 하는 부분이 분명하게 공시되고 관리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 재정융자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재정융자사업 전반을 종합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 재정융자사업의 규모에 비해 관리시스템은 후진적이어서 사업타당성 검증, 융자조건 설계기준 및 변경절차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일성 있는 관리시스템이 미비하다. 융자사업 관리가 각 부처에 분산돼 있고, 각 부처의 사업관리가 전년답습식이어서 제도 혁신에 한계를 보인다. 또한 잠재수요자의 인지도가 낮고 최종수혜자 만족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부처별로 융자조건이 천차만별이다. 융자조건이 원칙 없이 결정돼, 유사사업도 융자조건이 상이하다. 예를 들면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원되는 여성 고용환경개선 대출금리가 1%, 2%, 3% 제각각이다. 또한 대부분 고정금리로 운용중이어서 금리위험 관리가 미흡하다. 따라서 시중금리 인상시에는 재정부담이 추가로 발생하며 시중금리 인하시에는 수요자 부담이 발생한다.
 

 

째, 융자사업에 대한 홍보 부재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여기서 효율성이라 함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자원이 제일 먼저 배분되는 시그널이 제대로 기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융자사업의 존재를 아는 소수의 기업·개인만이 수혜대상이고 대다수 중소기업·개인은 인지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이 배분되지 못하는 문제 즉,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환경 변화와 재정여건 속에서 우리나라 재정융자제도의 전체 구도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주요 외국에서 왜 재정융자가 우리보다 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시사점도 감안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재정융자가 활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재정융자 사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재정융자사업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약 170여개 융자사업의 통일성 확보 및 제도 개선 등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융자조건을 표준화해 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다. 천차만별인 융자조건을 메뉴방식으로 개선해 사업별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전체적인 통일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재정융자 사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포털시스템을 구축해 융자사업의 존재와 내용을 체계적으로 홍보, 정보 비대칭에 따른 비효율 해소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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