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등장 배경은 법률 만능주의의 폐해에 따른 것이다. 법률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헌법적 제동장치이며, 입법부의 입법권에 대한 제어장치인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세금과 관련해 토지초과이득세의 위헌, 금융소득 부부합산제도의 위헌에 이어서 이번에는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결정을 했다. 세법과 세무행정체계에 국세청, 기획재정부, 국회에 이어서 헌법재판소가 깊숙이 관여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법 조문을 개정해서 세금징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부나 입법부가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다. 이번 종합부동산세 위헌 결정과 관련해 그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병존한다. 종합부동산세의 세금 인하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조세공평부담의 원칙에 비춰보면 위헌이라고 보는 것은 심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학상(講學上) 세금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라는 두가지 원칙에 따라 부과돼야 하는 것이 헌법적 요구사항이라고 한다. 조세공평이라 함은 '담세력에 따라 납부'하는 것이고, 이를 쉽게 표현하면 '부자는 세금을 더 내고 가난한 자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한다는 것'의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견해는 '현행 종합부동산세가 세대별로 합산을 하니 과세대상자인 세대단위가 개인단위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부담하게 되므로 위헌이다'는 것이다. 공평이라는 것은 이른바 수직적 공평도 있고 수평적 공평도 있는 것인데, 세대별 과세단위가 개인단위보다 더 세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한다면, 조세공평주의 중 수직적 공평이란 주장은 설 땅이 없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동의를 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세대별 합산이어서 위헌이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은 2002년 금융소득에 대한 부부단위 합산과세의 위헌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이 위헌결정에 대해 학계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 이유는 첫째, '세금 때문에 혼인을 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논리가 현실적인가 하는 점이다. 부부단위로 과세하면 세금이 조금 더 나오는데, 부부합산제도 때문에 결혼을 안 할 것인가? 그래도 할 것인가? 둘째, 부부단위로 과세를 하면 혼인하기 전보다 세금부담이 늘어가는 것은 소득세법상 누진세율구조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예를 들면 각자 3천만원 소득이 있는 경우 17% 세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합산할 경우 과세표준이 6천만원이 되므로 적용세율은 26%가 된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소득에 대해 단일세율(예:17%가 적용되는 경우)이 적용된다면 세금부담이 늘어나지 않게 된다. 이렇다 하더라도 위헌결정이 가능했을까? 만일 위헌이라면 결과적으로 누진세율은 위헌이고 비례세율은 위헌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누진세율로 세금구조를 짜든 비례세율로 하든 이것은 입법권자의 자의에 따라 할 사항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누진세율을 적용받아서 세금부담이 많으므로 위헌이라고 하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법률의 규정에 따라서 '형편이 좀 나은 사람은 좀 더 많이 내는 반면 사정이 어려운 사람은 덜 내는 사회'가 민주주의적이고 시장 주의적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 아닌가 싶다. 종합부동산세가 많아서 불만이 있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종합부동산세 한번 납부해 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사람도 많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세대별로 합산과세시스템이 개인단위와 비교해 보니, '사회통념보다' 세금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됐다고 판단했다면, 오히려 그 차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취지를 견지하면서 헌법불일치 정도의 결정을 한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지만, 조세공평부담의 원칙에 비춰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 입법부가 세법을 제정이나 개정을 하기 전에, 헌법재판소에게 사전 또는 사후에 법률의 합헌성 통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가 법률을 통과할 지라도 공포·시행을 하기 전에 헌법재판소에 사전에 이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해 위배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 방법이다. 프랑스가 이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 헌법 제61조제2항에 의하면, 법률은 그 공포 전에 대통령·수상·국민회의의장·상원의장 또는 60명 이상의 국민의회 또는 상원의원에 의해 헌법위원회에 부의를 할 수 있고, 헌법위원회는 1개월 이내에 이를 재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사전·예방적 통제(controle prealable et preventif) 장치를 두고 있다. 이 경우,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서, 위헌여부를 둘러싼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법을 제정하거나 개정을 하는 경우, 미리 헌법재판소의 견해를 듣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럴 경우, 납세자와 과세관청 또는 입법부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 및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이와 같은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지만,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