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철<세무사>
종합부동세의 세대별합산과세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후속조치를 둘러싸고 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이 내리기 전부터 주무장관은 “위헌결정이 내릴 경우 납세자는 3년 이내에 경정청구를 하여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공식견해를 밝힌바 있다.
그런데 최근 세제실장은 종부세에 대한 브리핑에서 “자진신고납부를 한 납세자는 3년 이내에 경정청구를 하여 환급받을 수가 있으나, 자진신고 없이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납부한 납세자는 환급을 받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힘으로서 혼선을 빚고 있다.
세정당국의 이와 같은 상이한 설명은 세정의 신뢰를 추락시킴은 물론, 난해한 법적문제가 일어날 위험을 안고 있으므로 염려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종부세의 세대별합산과세규정이 위헌이라는 것과, 1가구장기보유주택에 대한 과세규정이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것으로 요약되므로, 먼저 위헌결정이 내려진 세대별합산과세규정의 효력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헌법재판소법을 보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 한다”고 되어있으므로, 위헌결정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판례는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당해사건” 등 에 대하여는 법적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과세당국도 과거 3년 이내에 납부한 종부세를 재계산하여 환급 하겠다는 것을 보면, 위헌결정을 소급하여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필자의 추측대로 헌재의 결정을 소급적용하기로 정부의 방침이 확정 되었다면, 종부세의 세대별합산과세규정은 처음부터 아무 효력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다.
뿐만 아니라 세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세법의 무효확인판결과 같은 형성적 효력이 있는 것이므로 최고법원의 확정판결처럼 선고와 동시에 기판력이 발생하고, 기판력의 범위는 위헌결정의 형성적효력으로 인하여 소송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납세자와 과세관청에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납세자는 경정청구를 하여 종부세의 부과처분을 취소 받거나 경정 받을 필요 없이, 헌재의 위헌결정 만으로 원인 없이 징수당한 종부세를 돌려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정당국이 경정청구에 의한 환급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원래 경정청구 제도는 법정신고기간 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납부한 자가 세법에 의하여 계산한 금액보다 더 많이 신고납부를 한 경우 신고기간 만료 후 3년(무신고자는 90일) 이내에 경정을 청구하는 제도이므로,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세금을 환급하는 경우에는 이를 적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좀 더 설명하면 위헌결정을 소급적용 할 경우 세대별 합산과세규정은 처음부터 아무 효력이 없는 것이 되고, 이런 경우 무효가 된 세법에 의하여 부과된 세금의 부과처분도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이므로 납세자는 경정청구를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또한 위헌결정을 소급적용하지 않을 경우 경정청구를 하는 납세자는 종전의 세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세금을 재계산 하여야 하고, 이렇게 되면 경정청구에 필요한 계산차액(과다신고액)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때에도 경정청구는 불가능하게 된다.
법리가 이러하므로 위헌결정을 소급적용 할 경우나, 소급적용하지 않을 경우나 모두 경정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하고, 또한 이러한 경우까지 경정청구를 남용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과세당국은 헌재의 위헌결정을 소급적용 하여 신고납부자와 무신고납부자 모두에 대한 당초결정을 직권으로 재계산하여 일괄 환급결정을 하던지, 아니면 원칙대로 소급적용을 포기하여 위헌결정일 이후 부과분에 대해서만 헌재의 결정대로 과세를 하던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다음은 1가구 장기보유자에 대한 처리방법을 살펴보려한다.
헌재는 1가구장기보유주택에 대한 차별 없는 과세규정이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2009.12.31까지 해당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세정당국은 세법이 개정된 후에 종부세를 재계산하여 환급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바 있다.
그러나 헌재의 이러한 결정에 따라 장차 세법이 개정된다 해도 개정된 세법은 개정일 이후에 부과되는 세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현행세법에 의하여 이미 납부한 세금은 정당한 것이 되어 환급할 수 없게 된다.
이런데도 어떻게 세법을 개정하여 이미 납부한 세금까지 환급해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소급입법의 금지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입법의 대원칙이다.
그러므로 가사 소급입법이 납세자에게 혜택을 주기위한 것이라 해도 일부의 납세자만이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라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납세자들 에게는 다른 형태로 세금이 전가되어 불이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소급입법은 또 하나의 위헌소지를 남길 수가 있다.
세금을 돌려받는 사람들은 좋아할지 모르나, 대다수의 납세자들은 세정의 법적안정성과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반복될지도 모르는 세금환급소동을 더 걱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