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소득·소비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 논의가 재정 확충에 초점을 맞췄는데 비해 지방교부세 인상 등으로 재정 확충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은 지방의 자주적 재원인 지방세를 확충하고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출기능은 많이 분권화돼 공공지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되는데 비해 지방세 수입이 국가의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지자체는 많은 재원을 중앙에 의존하며, 이는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책임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세입의 대부분을 중앙정부에서 징수하므로 지자체가 재정을 운영함에 있어 지역 주민에 대한 재정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게 되고, 지역주민들도 지방재정 운영에 대해 면밀하게 통제하고 감시할 동기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자체의 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하고 재정운영의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자주재원을 확충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재정의 자율성·책임성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주재원은 법률상 지방세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지방세는 지자체가 세율, 과세표준 등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세목(이하 '자주적 지방세')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지자체는 단순히 징수해 사용하기만 하는 세목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중에서 지방재정의 자율성·책임성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주적 지방세이다. OECD의 구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가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세목이 이에 해당되며, 이들 세목이 국가의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이다.
재산세 등 자주적 지방세로서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목들은 이미 대부분 지방세에 포함돼 있다. 그러므로 자주적 지방세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조세론적 관점에서 세원배분 원칙에서 다소 어긋나더라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목에 대해 지자체의 과세자주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으며, 그 대상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개인소득세와 소비세이다.
지방소득세의 경우 현재의 주민세 소득세할과 동등한 세수입을 가져오는 세율을 최저세율로 해, 지자체로 하여금 일정한도내에서 최저세율 이상으로 자율적으로 세율을 정하게 하면 자주적인 세원이 될 수 있으며 큰 부작용이 수반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 최저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세수입을 기준으로 지방교부세를 배분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세율을 변경해 징수한 초과 세수입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자주적 지방세 비중이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원의 분포를 고려해 지역간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등 자주권 부여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포함시켜서는 안되며, 이동성이 큰 세원인 법인소득도 과세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지방소비세의 경우 소매업, 음식점, 호텔업 등이 과세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부가가치세는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과세해야 하므로 지방에 과세자주권을 부여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러므로 지방소비세는 매상세 형태가 돼야 하는데, 소매업에 대한 매상세는 원격지 거래에 대해 과세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지역간 세율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조세회피행위가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득이 음식점, 숙박업 등 소비자가 공급자를 대면해 공급받는 재화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세수입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볼때 지방에 과세자주권을 부여할 수 있는 세목이 한정되어 있고, 자주적 지방세를 확충하면 재원이 풍부한 지역이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자주적 지방세 비중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