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 4가 2 대 8와 같다는 공식은 수학에서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이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앞의 6 대 4는 일년에 걷어들인 총 조세수입을 사용하고 있는 지자체 대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비율이고, 뒤의 비율은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조세수입의 비율이다.
다시 말하면, 지자체는 2밖에 벌어들이지 못하면서 6의 비중만큼 국가 돈을 쓰고 있는 것이고, 중앙정부는 8을 벌어들이면서 4의 비중만큼 지출하고 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수입과 지출의 규모가 어긋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지자체는 4만큼 모자라는 돈을 어디서 받아오는가? 중앙정부에서 받아오고 있다. 그것이 바로 교부세이다(교부세는 세금이 아니다). 지자체가 중앙에서 돈을 받으면 유익한 점이 있다. 우선 편의성이다. 지방 주민으로부터 직접 걷지 않으니까 훨씬 편리한 것은 당연하다. 세금을 걷기 위한 노력도 필요없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대가가 있는 법. 편의성만큼 생존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임감도 상실하게 된다. 매일 용돈을 주는 아이들보다 자신이 벌어서 돈을 쓰는 아이가 돈을 더 아끼면서 쓰는 원리와 같다.
바로 이런 원리 때문에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들은 스스로 벌어서 쓰겠다면서 그 대안의 하나로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행안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기획재정부이다. 특히 세제실에서는 몇가지 사안을 놓고 논리를 펴고 있으며 그 논리를 굽혀본 적이 없다.
이들은 전액 보통교부세 감액을 통한 조정만이 진정한 재정 중립이라 하고, 지방소득세 등을 도입하면 지자체간의 부익부빈익빈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과세행정이 더 복잡해질 뿐더러 교부세를 도입하면 훨씬 편리하지 않겠는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울러 영국의 사례를 들며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각과 논리에서 이렇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가 이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는 지방자치시대이다. 이 시대적 흐름을 거부할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시대를 열었고, 그 길을 제대로 가기 위한 역량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러한 지방자치시대를 인정했고 그와 걸맞는 대책을 내세우길 원하고 있다.
자치역량은 결국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스스로 살림을 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아이가 장성해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집에서 돈을 받아 살고 있다면 그 아이가 자립했다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방소득세·소비세를 추진하고 있는 행안부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학자 및 지자체는 당장 지출에 대한 비용 모두를 조세수입으로 걷게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방소득세·소비세를 도입해도 재정적 여건이 크게 향상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단지 그 여건을 조금씩 개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재정부가 나서서 재정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재정부도 방어적 논리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런 의견을 수렴하는 전체 계획을 제시해 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