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30. (월)

[시론]노터치(No Touch)가 최고(Best)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센(일등) 분야(종목)의 하나가 우선 프로바둑이 아닌가 한다.

 

바둑은 비록 동양의 국가들 사이에서만 대중적인 인기가 있지만 인구가 13억이 훨씬 넘는 중국, 1억3천만명의 일본 등과 비교해서 우리 남한은 5천만명인데, 최근 10여년 동안 세계프로대회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이창호·조훈현 기사, 최근에는 이세돌 기사 등 몇몇이 쟁쟁한 일본·중국기사 등을 제압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별로 바둑을 두지 못하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도 모두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앞장서 나가는 것은 정부나 협회 등 누군가 특별히 지원을 하는 탓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도 관여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떤 정부부서에 바둑과(課) 또는 바둑지원국(局) 같은 기구가 있다면 오히려 잘못되리라는 이야기이다.

 

프로기사들이란 시합(타이틀전)에서 이겨서 상금(돈)을 버는 것인데, 최근까지 이창호·이세돌 등 한줌의 기사들이 우승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바둑과(課) 등이 있게 되면 많은 다른 기사들이 "우리도 밥 좀 먹게 해주시오"할 것이고, 잘 나가는 프로기사들에게 우승횟수나 상금 상한선을 정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낼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일류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져 다같이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하향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정부가 하는 행정규제의 일반적 성향이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교육평준화시책이었던 것이다.

 

가만 내버려 두면 일류학교가 생기고, 경쟁적으로 영재교육이 이뤄져 전세계에 나가서 겨룰 수 있는 천재들도 양성될 터인데, 정부는 누구에게나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그동안 수많은 교육개혁을 시행하면서 개선인지 개악(改惡)인지를 계속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이고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프로바둑처럼 정부 또는 공기관에서 관여하지 않는 No Touch정책이 Best(최고)라는 것, 그렇게 하므로 천재(Best)들이 양성돼 세계를 제패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왔다.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금광들이 발견되고 외국자본이 들어와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지역에서 채광하는 권리를 인정받는 광업법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았으므로 많은 분쟁이 있었는데 그때 외국인들이 소리치기를 'No Touch'라고 했는데 이 말이 대단한 금광이다. 즉 끝이 없이 나온다는 뜻, '노다지'라는 말로 들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노터치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도 쓰이게 된 것이다.

 

금년의 새 정부가 발족하면서도 중요한 화두가 정부와 국민·기업들 사이에서 그 많은 규제(Regulation)를 어떻게 풀거나 개선할 것인가였다.

 

국제경쟁력강화위원회라는 비중이 큰 기구에서도 기술·자본을 어떻게 축적해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세계시장에서 일등이 되는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이고 여기에 가장 유력한 수단이 규제 허물기라는 것이다.

 

즉 Better 아니 Best가 되기 위해서 No Touch, 즉 규제를 없애는 것이 옛날의 '노다지'처럼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규제는 일종의 필요악이고 감춰진 세금이라고도 하고 있으며 상당한 재량권에 의해 집행돼 과잉·저효율·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

 

어느 정부나 이 규제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성과가 미미했는데, 작년에는 국무총리실이 앞장서 한국경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본격적인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한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모든 규제활동을 5천여개로 분류하고 그 법령근거 절차·기준 그리고 공무원의 재량권과 규제의 효율성 등을 세밀히 분석·검토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규제의 1/3정도인 1천600개가 불량(Worst)규제로 판단되었고, 그중 다시 1/3인 500여건은 폐지대상이었으며 나머지 1천여건의 규제에 대해서는 개선방안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훌륭한 보고서라도 예전의 많은 경우처럼 그저 연구에 그치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다시 많은 저항과 갈등이 있어서 실효성이 적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운 정부에서도 이 연구 내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에 전봇대 하나 뽑는 사건이 상징적으로 발표돼 규제의 심각성이 새삼스레 느껴진 적이 있다.

 

또다른 중복규제는 은행·보험업 등에 금융감독원·한국은행·예금보험공사·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 그리고 감사원 등이 각기 감독한다는 것은 '때린데 또 때린다'는 사례이며, 또 국민이나 기업 등이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힘든 높은 표준(이상)을 요구하는 환경관리·소방 등 방재관련규정 등이 시정돼야 하는 과제들이라는 것이다.

 

규제 등에 관련돼서는 즉흥적이고 극과 극을 달리는 냄비여론의 성향이 있으며, 이에 관련돼 국회의 의원입법 등 실적 위주의 졸속입법도 문제점이었다.

 

이제 이 정부는 과연 어느 정도의 규제가 시장경제에 적합하며 국민과 기업들을 행복하게 하며, 그리하여 민주·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국제사회에서 일등을 하거나 한몫을 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봇대들을 뽑아 버리거나 제자리로 옮겨야 할 것이다. 국세행정에 있어서도 그동안 다른 부서의 행정개혁보다 더 앞장서서 납세자(국민)들의 자진신고수준의 향상, 전반적인 서비스 행정으로의 전환 등 수많은 개혁노력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리라 믿는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