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항의민원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책상에 '참을 인(忍)'자까지 써붙여 놓고 '친절 안내'를 해온 일선 세무서 직원에게 한 종부세 납세자가 칼(刀)을 들고 와 강력 항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종부세 신고를 앞두고 "어떤 경우라도 친절해라. 그리고 참아라. 납세자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해라"고 수도 없이 세뇌(?)당한 직원들의 마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해당 세무서 및 관할지방청 관계자는 사태 파장을 의식한 듯 이번 사건에 대해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지만, 해당 세무서 직원들과 인근 세무서 관리자들에 따르면 이달초 A세무서에 종부세 납세자인 50대로 보이는 한 납세자가 칼 두자루를 지닌 채로 세무서 재산세과를 찾았다.
"아마 지난해보다 종부세액이 수배 가량 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랬을 것"이라는 게 인근 세무서 관리자들의 동기분석(?)이다.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도 해당 세무서 관리자들과 직원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설득했지만 이 납세자는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이 납세자는 수십여분 동안 소란을 피운 뒤에야 돌아갔고, 세무서 직원들은 이 납세자가 집으로 돌아간 후 한참 뒤에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더욱 놀랄만한 일이 벌어진 것은 바로 다음날. A세무서 직원들이 이 납세자의 집을 방문한 것. 소란을 피운 상황을 생각하면 근처에도 가기 싫었을 것 같지만 '납세자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꺼이 방문을 감행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납세자는 전날 자신의 행동이 크게 잘못됐음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을 찾은 세무서 직원에게 정중히 사죄하고, 그 자리에서 종부세 자진신고납부 의사를 밝혔다.
끈질기고 진정어린 설득에 '성난' 종부세 납세자가 마음의 빗장을 푼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해당 세무서 직원들 뿐만 아니라 전 국세공무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외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늘어난 세부담에 항의하는 납세자들의 납세순응도를 어떻게 제고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하나의 사례가 됐다.
또 한상률 국세청장이 취임 초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듣겠다"고 했듯이 '국민을 섬기는 국세청'이 앞으로 납세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세정을 펼쳐 나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