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경에 고락을 함께 했던 옛 직장동료 다섯 부부와 같이 멀리 남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야, 잉카문명의 발상지를 둘러보고 이과수폭포를 보고 왔습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높은 산위에 수많은 바윗돌을 가져다 깎고 다듬어 거대한 신전을 건축한 인간의 힘이 대단했습니다만 수만 갈래의 물줄기가 제각각 멋을 부리며 폭포가 되어 쏟아내리는 장관을 연출한 자연의 힘과는 견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페루'에는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극심하며 경찰과 세무공무원들의 부조리 때문에 민란이 일어날 정도라는 현지 교포가이드의 말을 들으며 일행 모두 세무공직 출신이라 씁쓸한 마음으로 수도 '리마'의 허름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국내소식을 거기서 들었습니다.
'…'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이런 억장이 무너질 일이 또 있습니까?
그동안 크고 작은 비리사건이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 직원들의 소행이었습니다. 정화교육과 감찰기능을 강화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최고 지휘책임자가 바로 국세청장입니다. 아직 검찰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어 아직 속단하지는 맙시다. 우리 모두의 소망처럼 혐의를 말끔히 씻어주길 고대합니다.
그러나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래서야 국세청장이 납세자에게 무슨 요청을 할 수가 있으며 부하직원들에게 어떤 지시를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입이 열개라도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 납세자들은 우릴 보고 괘씸해 하고 있고, 현직에 있는 직원들은 괴로워하며, 퇴직한 동우님들은 허탈해 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내부 관행이라 하는가 하면 내부의 전통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슨 놈의 그런 관행이 다 있답니까? 지방청장이 조사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위에다 상납했다는 것이 관행이란 말입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이번의 일은 출세욕에 사로잡힌 한 직원의 개인적인 사건입니다. 상하간의 의리와 신뢰, 최소한의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것 또한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동료 중 누구는 꿈도 꾸기 싫다고 합니다.
40여년 국세청 역사속에서 이번의 사건은 우리 조직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큽니다. 1966년3월3일 국세청이 개청한 이래 지금까지 700억원이던 세수를 128조원으로 무려 1천800배이상 증가했고 납세자 수도 149만명에서 948만명으로 6.4배가 증가했습니다. 불과 육천명이던 종사직원도 1만8천여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뼈를 깎는 개혁과 자정 노력 또한 하루도 중단한적 없었습니다. 납세자를 우선하는 국세행정 내용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국민의 신뢰도 크게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을 날밤으로 지새웠습니까? 공휴일은 우리와는 상관이 없었잖습니까? 세무공직자이기 때문에 친척은 물론 이웃에까지 언행을 조심하며 신경을 써왔지 않습니까? 그렇게 가꿔온 우리 국세청이 아닙니까? 또한 지금까지 하부직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있어왔지만 그래도 국세청 수뇌부만큼은 기강이 제대로 서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폭풍우가 몰아쳤어도 끄떡없이 국세청을 튼튼히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조직이든 최고자리는 리더십과 지식을 갖춰야 하며 무엇보다 경륜도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근래에 들어 자주 바뀌는 청장자리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을 하기 전에 보다 안정된 조직을 걱정하게 됩니다. 퇴직한 선배들은 그것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개인적 비리사건이었지만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으며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너무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국세청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현직에 있는 동우님들은 뼈를 깎는 아픔의 개혁이 있어야 하고 퇴직한 동우님들은 정열을 불태웠던 국세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비장한 각오로 전·현직 국세동우님 모두 재기의 몸부림을 쳐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 과감하게 다시 일어섭시다.
신뢰를 되찾을 때까지 부단한 자기관리와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십시다. '한상률' 청장님이 새로 부임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국세청 개혁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주역입니다. 여러 면에서 탁월하신 분입니다. 한 청장님을 중심으로 합심 협력해 2008년을 새로운 각오로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