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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2. (수)

[시론]직접세는 간접세보다 우월한가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는 은연 중 전체 세수 중 직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좋고, 간접세 비중이 높을수록 조세체계가 후진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세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선진국에서는 직접세 비율이 ○%인데 우리는 △%로 훨씬 낮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또는 '불공평하다'는 식으로 얘기하곤 한다. 이런 논의가 타당하기 위해서는 직접세가 간접세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직접세와 간접세를 막론하고 각 세목은 고유의 과세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소득세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비과세소득과 소득공제를 허용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다양한 누진세율로 차등과세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은 면세하는 대신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해 상대소득격차를 완화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즉 세금부담능력을 기준으로 세금부담을 차등화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는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효과성이 높다. 필자가 통계청의 가계조사자료를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수단 가운데 소득세가 단연 효과가 큰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것도 소득세의 누진과세 기능 때문이다.

 

소비세는 세금부담 능력보다는 소비지출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세부담이 역진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형평과세 측면에서 불공평한 세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세로는 부가가치세가 대표적이다. 2006년의 경우 부가가치세수는 38조원으로 국세 세수의 27.6%를 차지해 세수규모가 가장 크다.

 

부가가치세는 기초생필품 등을 면세하는 대신 나머지 소비품목에 대해 10%의 단일세율로 무차별하게 과세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달리 저소득층도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부담한다. 요즘은 고유가로 인해 연료유 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히 휘발유의 경우에는 소비자가격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8%에 이른다.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는 점때문에 유류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간접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비세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으며, 따라서 세제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근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소득세의 경우 장점만을 강조하는 한편 소비세는 단점만을 부각시킴으로써 편향된 시각에서 마치 직접세가 간접세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직접세와 간접세 중에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항상 더 우월하다면 최소한 선진국 중에서 일부의 경우만이라도 직접세만 과세하는 국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만 봐도 '직접세가 간접세보다 우월하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직접세와 간접세의 일반적인 기능과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우월한지의 여부에 대한 논쟁은, 그 자체로서 무의미하고 소모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소득세는 누진과세가 특징이다. 누진과세가 형평과세의 관점에서 효과적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소득세는 고소득층일수록 무겁게 과세하기 때문에 자칫 생산성이 높은 사람들의 근로·투자의욕을 저해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누진과세가 지나치면 성장에 장애요소가 된다. 소득세의 재분배 기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세의 경우 세부담의 무차별성으로 인해 세부담의 불공평 문제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소득세와 달리 근로·투자의욕을 저해하는 왜곡효과가 상당히 작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류, 담배, 석유류 등과 같이 소비시에 외부불경제를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소비세 과세를 통해 외부불경제로 인해 초래된 왜곡효과를 교정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그밖에 주세와 담배소비세를 제외하고는 소비세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세부담이 역진적이지 않다는 실증연구도 많다. 따라서 형평과세의 관점에만 특화해 간접세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위에서 보았듯이 직접세와 간접세는 기능과 장단점이 다양하다. 상호배타적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요소가 강하다. 세계 각 국은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직접세와 간접세를 혼용해 각국 고유의 조세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 이후 소득분배 격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소득재분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게 강조됐다.

 

이 과정에서 '직접세가 간접세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형평제고 측면에서는 직접세가 더 효과적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형평과세 문제 못지 않게 적정 재정수입 확보 및 경제의 왜곡방지도 중요한 만큼 지나치게 직접세만을 고집해 조세체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직접세가 간접세보다 우월하다는 단선적인 관계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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