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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박 계장, 빽 한번 써봐" (61)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결국, 그들은 기숙사만 치우고 다른 세무서로 도망? 전출을 가버렸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래서 나도 대책을 세워놓았다.

 

청장님에게 근무분위기와 청사 및 기숙사 관리의 문제점을 말씀드렸고 그 대책의 일환으로 예산서장때 같이 근무했던, 활달하면서 매사에 적극적인 천안토박이 '김무남' 과장을 홍성에서 천안으로 발령해 줄 것을 미리 부탁을 해뒀다.

 

'김 과장이 오면 이런 일들을 함께 하면 잘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밖에도 기강이 빠진 사례들이 속속 발견됐다.

 

예를 들면, 서울서 내려온 직원들은 징계로 인한 하향전보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들은 서울로 올라갈 날만 기다리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고, 대전청 출신들은 청주 출신과 대전 출신으로 갈려 서로 으르렁거리며 걸핏하면 패싸움질을 해댔다.

 

천안으로 발령받은 직원들은 숙소를 가까운 곳으로 옮기지 않고 대전에서 청주에서 심지어 서울에서도 출퇴근하는 직원이 많았다.

 

눈이 오거나 비가 조금 왔다 하면 지각이나 결근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천안에 온지 얼마쯤 지났는데 관사에 들어온 도둑을 잡고 보니 수위놈의 아들이었다. 직원기숙사에도 도둑이 자주 들고 별 소득이 없는 날에는 주차해 놓은 내 차를 긁어 놓는 등 한심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오죽하면 관사지붕 밑에 고장난 VTR을 달아놓고 '출입자 녹화 중' 이란 표지판을 달아놓았겠는가!

 

66. 주차장 정비

 

지청장님과 경찰서장님 셋이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주차장에 세워 놓은 동네주민들의 차를 정리하겠다고 했더니 두분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면서 각오를 단단히 해야 된다고 충고를 해주었다.

 

천안에 온지 얼마쯤 지났는데 관사에 들어온 도둑을 잡고 보니 수위놈의 아들이었다. 직원기숙사에도 도둑이 자주 들고 별 소득이 없는 날에는 주차해 놓은 내 차를 긁어 놓는 등 한심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경찰서에서도 인구주민의 주차차량 때문에 정비노력을 하다가 지금은 포기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진정 투서를 수없이 받았다고 했다.

 

우리 서는 사정이 아주 심했다.

 

정비를 하지 않으면 아침 출근시간에도 서장차 조차도 주차시킬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청사입구 정문 옆의 수위실에 들어 있는 비품 등 고물들을 가져다 버리게 하고 깨끗이 청소를 시켰다.

 

'차량출입 관리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판공비를 털어 수위 둘에게 파란색 정복과 금태 모자를 맞춰 입게 했다.

 

인근 주민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주차를 야간에만 이용하도록 안내문을 발송했다.

 

수위 두 사람과 김 기사를 서장실로 불렀다.

 

"앞으로 당신들은 저기 수위실에서 근무하시오."

 

"맞춰 놓은 정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단정한 복장으로 출입하는 민원인들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친절하게 맞이하시오."

 

"그리고 출입차량은 반드시 이 대장에 기록 관리하시오."

 

"차 넘버를 적고 몇시에 들어왔으며 어느 과에 가는지 여기에 적으시오."

 

"그리고 몇시에 나가는 것도 적으시오."

 

"하루종일 장기 주차차량을 확인해서 내놓으시오."

 

"알았어요?"

 

두 사람은 눈만 아래로 내려 깔고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당신도 근무시간 중에는 숙직실에 들어가지 말고 수위실에 근무하면서 차량 정리하는데 같이 거들어 주시오."

 

"알았어요?"

 

"…"

 

"알았어요? 김기사!"

 

"예"

 

이놈들 각각 호명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김씨! 알았어요?"

 

"…예"

 

"이씨! 알았어요?"

 

"…예"

 

"내가 이층에서 내려다보고 만약 동네사람들이 여기에 주차시키면 당신들을 문책할 것이오. 김씨, 이씨, 김 기사 알았어요?"

 

"예, 예, 예"

 

그제서야 마지못해 세 사람이 동시에 대답을 한다.

 

나는 이 세 사람에 깊이 박혀 있는 구태 의연한 사고방식이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을 내가 책임지고 고쳐 놓아야겠다고 작심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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