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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내국세

세무서장한테 사과문 쓰면 세금 돌려준다? 뭐?


"세무서에는 따뜻한 세정이라고 써 있데요. 따뜻한 세정이전에 정직한세정이 돼야합니다"

지난 주말(2일)저녁 KBS TV 한 시청자고발프로에 출연한 한 납세자가 국세환급과 관련, 세무서를 맹비난하는 발언이 여과없이 방영돼 뜻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출연자(여)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얼마전 과오납된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애를 쓰다 안돼 결국은 청와대에 진정을 했으며, 청와대는 자신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 그런데도 세무서는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계속 돌려달라고 재촉하자 이번에는 세무서에서 세무서장 앞으로 사과문을 써서 보내주면 돌려주겠다고 하더라는 것.

이런 발언이 나오자 사회자는 물론 출연자, 방청인들 사이에서 '저런...' '우우..' 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고, 출연자의 다음 말에는 모두들 기가 막히다는 표정들. 즉 사회자가 '세무서가 왜 사과문을 서장앞으로 쓰라던가요' 라고 묻자 출연자가 '언론에 알리고 시끄럽게 했으니까 사과문을 써서 서장한테 주면 세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는 것.

특히 세무서 직원과 카메라맨 사이에 '찍겠다' '못 찍겠다' 실랑이를 하면서 세무서직원이 "찍으려면 내얼굴이나 많이 찍어라"며 험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여과없이 방영돼 스트디오 풍경은 마치 세무서를 '공분'의 대상으로 삼는듯한 분위기.

이 방송이 나간 뒤 한 세무공무원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모를 정도다. 믿어지지가 않는다. 뭔가 잘못된것 같다"며 그 상황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금년 초 명퇴한 전직 국세청 고위 간부는 기자에게 "부끄럽다. 테레비에서 없는 일을 꾸미진 않았을테고...."면서 말문을 닫았다.

또 다른 퇴직 간부는"조직이 워낙 크다 보니 크고 작은 일이 뜻하지 않게 생길수 있다. 그거 하나를 놓고 국세청 전체를 봐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 프로를 본 사람들이 국세청을 어떻게 보겠느냐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정가 관계자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같았다. 지금까지 국세청이 친절세정에 쏟아 온 노력이 얼만데... .고발내용 가운데 거두절미 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면서 "어쨌거나 이런 내용이 나가기 전에 용어를 순화 한다든지 하는 것은 할 수 있었을 텐데 느닷없이 당한 꼴이다. 국세청 대 언론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
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 전직세무공무원은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세무서가 친절세정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 왔다. 저 일로 인해 우리가 쌓아 온 친절세정이 평가절하 돼서는 안 된다"면서 "한 마디로 미꾸라지 한마리가 우물 흐려놓는다는 격언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한 편 거론 된 송파세무서는 3일 방송내용을 확인하자 당직자가 "방송을 못봐 알 수 없다. 월요일 직원들이 출근해야 알 수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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