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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 회계 · 관세사

[주장과 반론]권중원 세무사의 기고를 읽고

'전단계 세액공제법 위헌·위법성' 부연설명


 

필자는 한국세정신문 지난 8월4일字에 '전단계 세액공제법의 위헌 위법성'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권중원 세무사가 한국세정신문 8월22일자 '주장과 반론' 기고문에서 '논박'이라는 표현으로 반대의 주장을 폈다. 조세법학에 대해 얼마나 해박하고 조예가 깊은 분인 줄은 모르겠지만 '논박'이라는 표현은 점잖치 못하고 부적절한 표현인 것이다. '견해' 또는 '주장'이라고 해야 한다. 남의 기고 논지에 시비를 걸려면 논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정연한 논리로서 대응해야 한다.

분명코 필자의 논지는 '전단계 세액공제법' 이외에 부가가치세제도 전체를 위헌 위법성으로 논하지 않았다. 따라서 필자의 논점도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동문서답식의 횡설수설한 반문으로서 일고의 가치도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의 논지에 대해 찬동의 전화를 주신 분들까지 모독을 당하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어 부연 설명키로 한다. 다만 필자의 논지와 거리가 먼 내용들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략한다.

조세법에 대한 위헌 위법성 여부의 판단기준은 조세법률주의이다. 조세법률주의라 함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세를 부과·징수할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표 없으면 과세 없다.(No taxtation without representation)'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헌법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무를 진다'라고 해 국민계납(세)주의와 함께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했다. 또한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해 조세법률주의를 보다 구체성있게 천명하고 있다. 또한 조세법에 대한 우선법 또는 상위법인 국세기본법 제1조제1항은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조세법 학자들은 '조세법 제정의 원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조세법률주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게 필자의 기고에서 설명한 바 있다. 조세법 제정에 있어서 필수전제인 과세요건 중 과세물건, 즉 과세대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세물건이 없는 조세법은 당연히 위헌인 것이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과세대상이 '부가가치'인지 '거래'인지 법률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과세대상을 '다음의 거래'라고 규정한 부가가치세법 제1조제1항과 납부세액 계산방법을 '전단계 세액공제법'으로 규정한 동법 제17조제1항은 헌법 내지 국세기본법에 대해 위헌 위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를 가정해 위헌 위법성을 분석해 본다. 매출액 12억원과 매입액 10억원이 있는 거래의 경우를 가정한다. 전단계 매입세액이 있는 경우는 위헌 위법성이 없지만 전단계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는 명백히 위헌 위법성을 내포한다. '전단계 세액공제법' 공식에 대입해 계산하면 매입세액이 있는 경우는 '(12억원×10%)-1천만원^200만원'이요,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는 '(12억원×10%)-0^1천200만원'이다. 따라서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는 '부가가치'에 '전단계매입액'을 포함한 거래액 전체에 대한 1천200만원의 납부세액이 계산된다. 이러한 결과는 사실상 부가가치가 아닌 거래액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매상세로 둔갑돼 위헌 위법성이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로서 매입액 이하로 판매해 '부가가치'가 전혀 창출되지 않음으로써 매출액이 매입액과 같거나 그 이하인 경우를 가정해 전단계 세액공제법의 공식대로 납부세액을 계산해 본다. '(10억원×10%)-0원^1천만원'으로 부가가치가 전혀 없음에도 전단계 매입액 전체에 대해 납부세액이 계산된다. 이 또한 사실상의 매상세로 둔갑해 위헌 위법성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기고에서 현행 전단계 세액공제법은 앞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부가가치세제도와 매상세제도가 혼합된 제도이기 때문에 위헌 위법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전제로 '과세대상'에 대한 규정 중 '다음의 거래'를 '다음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라고 개정하고, 전단계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전단계거래액 공제법'또는 현행 '간이과세자에 대한 납부세액 계산방법'을 도입 또는 준용하도록 개정해 위헌 위법성을 없애자는 논지였다.

전단계거래액 공제법을 도입하게 되면 '(12억-10억)×10%^200만원'으로 순수한 부가가치 2천만원에 대해서만 납부세액이 계산되기 때문에 위헌 위법성이 배제된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간이과세자에 대한 납부세액 계산방법을 준용하게 되면, 매출액에 부가가치율을 적용해 계산된 '부가가치'에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 역시 위헌 위법성이 배제된다. 또한 매출액과 매입액이 같은 경우 및 매출액이 매입액이하인 경우는 부가가치가 없기 때문에 아예 납부세액이 계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가가치'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부가가치세제도에 부합되므로서 위헌 위법성이 배제된다.

조세에 관한 남의 기고 논지에 대해 시비를 논할 수 있는 분이라면 위헌 위법성 근거법률조항을 적시하지 않았더라도 당장 떠 올릴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미적분을 풀면서 초등학교 수학의 기초원리까지 적시하라는 꼴이다. 참으로 유치한 요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필자는 명색이 직업전문인에 그치지 않고 국세청시절부터 20여년간 조세법과 세무회계를 연구하면서 후학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40여년간의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향학인의 양심으로서 부연설명의 계기를 마련해 준 권중원 세무사에게 감사한다.

필자의 기고논지에 대해 권 세무사와 같은 오해가 없기를 강호제현에게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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