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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세무 · 회계 · 관세사

[독자기고]모범세무대리인의 선행조건

정양섭 세무사(경영학 박사)



필자는 모범세무대리인제도를 모범세무대리인이라는 미명하에 상위의 위치에서 평가라는 잣대를 통해 간접적으로 세무대리인들을 예속 또는 통제하려는 국세청의 엉너리쯤으로 치부해 그간 무관심했다. 국세행정에서 당근과 채찍의 차등관리 역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기에 신선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제도든 그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건설공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반이 든든하게 다져지고 정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세무대리인들은 전문직업의 특성상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범세무대리인이어야 한다. 세무대리인으로서 여타의 납세자보다 성실납세를 솔선수범해야 할 납세 도의성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무대리인 모두가 모범세무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모범세무대리인제도의 선행조건이 개선돼야 한다.

기장료 '회수기준'으로 개정해야
먼저 세무대리인의 주된 수입원인 기장료와 조정료 등에 대한 거래시기(수입시기·귀속시기)를 회수기준으로 개정해야 한다.

세무용역 공급의 실제상황에 있어서 세무대리인의 기장료와 조정료 등의 채권은 모두가 외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빨라야 2∼3개월 또는 5∼6개월내에 수금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심지어는 1∼2년이 지나도록 미수상태에 있거나 폐업 또는 부도로 인해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손율이 30%에서 50%까지 육박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부가가치세법상 용역의 공급시기에 맞춰 세금계산서를 작성·교부해야 한다. 대손금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계산상 공제되지 않는다. 대손금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된다는 결론이다. 거래징수액 상당의 부가가치세는 고사하고 채권 원액마저 회수하지 못하는 세무대리인은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세나 법인세의 경우 소득금액을 계산함에 있어서도 상법상 소멸시효 완성기간이 완성되지 않는 한 입증자료를 구비하기가 어려워 소멸시효 완성기간이전에 손금계상하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대손충당금 설정에 의한 필요경비산입 가능 대손율은 빙산의 일각이다. 따라서 뒷날이사 삼수갑산을 가는 일이 있더라도 회수시점에서 세금계산서를 작성·교부하기 마련이다.

현실상황을 도외시하거나 무시한 조세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수익인식에 대한 거래환경이 변질돼 있는 사실을 무시하고 종전의 관행에 따라 권리의무확정주의만을 계속 고집해서는 안된다. 법인세법상 금융기관·은행·보험업자 등이 받는 이자·보험료·부금 및 보증료와 수수료 등의 수익처럼 세무대리인의 기장료나 조정료 등에 대하여도 현금주의, 즉 회수기준으로 개정해야 한다. 세무대리인의 수취채권이 금융기관 등의 수입금액보다 회수하는데 있어서의 불확실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장료 세금계산서 첨부 제도화
다음으로 외부조정에 의해 세무조정신고를 하는 모든 신고서에 세무대리인의 기장료와 조정료 등에 대한 세금계산서 사본(원본대조필)을 필수적으로 첨부토록 제도화해야 한다. 세무대리인의 용역 공급에 대한 기장료와 조정료 등은 이미 용역이 공급된 것의 대가로서 가벼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세원이다. 한푼이라도 누수되지 않고 명실상부하게 조세수입으로 연결돼야 한다. 기장료와 조정료에 대한 세금계산서 첨부제도는 세무대리인과의 거래분에 대해 적어도 1년 주기로 과세자료대사 내지 점검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대손금을 방지하면서 성실한 모범세무대리인의 선행조건으로서 반드시 도입돼야 할 것이다.

회계감사법인 세무조정은 세무사가
마지막으로 회계감사대상 법인에 대한 세무조정은 세무사가 하도록 해야 한다. 회계감사의 위험성에 대한 최선의 예방책은 가능한 한 회계정보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일정 수준이상의 기업에 대하여는 대다수 회계감사와 세무조정이 동일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회계의 존중과 실질과세의 원칙 등을 기초로 해 이뤄지는 세무조정은 회계감사에 대한 성실감사의 유도와 감사결과에 대한 간접검증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회계감사인과 세무조정인의 분리는 목적과 기능을 달리 하는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중립성을 기할 수 있어, 소득세나 법인세를 신고·납부함에 있어서 세무사 등으로부터 세무조정 계산을 받아 신고하도록 한 외부조정제도의 취지에 부합되고 세무조정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인 바, 모범세무대리인제도와 모범성실납세제도 정착에 효과가 크리라고 생각한다.

이상 모범세무대리인제도에 대해 시큰둥했던 필자의 경솔을 자책하면서 주제넘는 건의의 의견을 담아봤다. 모범세무대리인제도의 정착과 발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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