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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내국세

[稅友칼럼]부가세신고에 대한 소회

김청식 세무사


'77.7.1부터 시행된 부가가치세 제도가 어느덧 28년째로 접어들었다. 벌써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다. 시행초기의 신고행사가 눈에 선하다. 사람들이야 밀리든 말든 동별 담당자 책상 앞에 의자도 없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차례가 되면 담당자 앞에서 죄인처럼 담당자의 질문에 따라 매출액을 말하게 되는데 다행히 요구하는 매출액 증가비율 정도가 되면 겨우 통과돼 담당자가 직접 신고서를 작성해 준다. 그러나 매출액이 바라는 증가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접 작성해 오라고 한다. 옆에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겨우 신고서를 작성해서 초등학생이 선생님께 숙제를 제출할 때도 그렇게 하지 않을 정도로 공손하게 담당자에게 제출한다. 담당자는 이것저것 확인해 보고 틀리는 날에는 다시 해오라는 고함소리와 함께 신고서가 허공을 나른다. 신고 마감일쯤에는 전부 수작업으로 밤늦게까지 신고 뒤치닥꺼리 업무를 하다 보니 담당자들도 지치고, 납세자들도 많이 몰리게 돼 잔소리도 그만큼 덜해진다. 그러다 보니 납세자들은 신고 마감일에 더 몰린다. 사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큰 행사였다. 그러던 것이 컴퓨터의 생활화와 함께 이제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인터넷으로 전자신고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는 잔소리할 담당자도 없고, 있어도 틀렸다고 던질 수도 없다. 그나마 개인사업자는 연 4회에서 2회로 신고 횟수도 줄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올지 자못 흥미롭기만 하다.

부가가치세 신고시마다 매 번 아쉬움을 느끼지만 납세자들이 신고를 위한 기본 자료인 세금계산서를 미리 미리 주지 않는다. 마지막 날쯤에는 모두가 바쁜 일정을 보낼 수밖에 없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6개월마다 신고하게 된 요즘의 세무사사무실은 더욱 고달프다. 분기별로 정리되던 것이 이제는 반기별로 정리가 되다 보니 마지막 날쯤에는 야간작업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일요일에 쉴 생각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거의 모든 세무사사무실이 신고 마지막 날에 전자신고를 하다 보면 덩달아서 국세청 컴퓨터도 과부하가 걸린다. 개인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해 분기별 신고가 번거롭다 하여 반기별 신고로 변경했는데, 요즘은 솔직히 누구를 편하게 하고, 무엇을 편리하게 한 제도변경인가 의문이 간다.

기한에 맞춰 신고서 작성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면, 납세자들의 세금계산서들 속에 잘못된 세금계산서들이 있는지 여부 등은 도저히 헤아려 볼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국세청에서는 기장 거래하는 납세자들의 신고내용에 잘못된 세금계산서 등이 있으면 세무대리인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또한 현금수입업종 등의 신고실적이 저조하면 강력한 세무조사가 뒤따른다는 언론보도들도 있다.

그간 부가가치세 신고제도가 세무공무원 대리 작성 또는 수동 접수방법에서 전자신고제도로까지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그 저변의 납세의식이나 그러한 납세자들을 바라보는 국세청의 기본적인 시각에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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