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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내국세

[발언대]신뢰받는 세무조사가 되려면

박상근(朴相根) 명지전문대 세무회계과 교수·세무사


세무조사 대상선정부터 종료까지 정형화
세무조사절차법 제정으로 소명기회 부여등
납세자 권익 보장·조사 효율성 제고해야


국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 때마다 세무조사가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매년 국회의원의 단골 질문이 된지 오래다. 아직도 세무조사 대상 선정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용섭 청장 취임후 '세정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은 "대민 봉사기관이어야 할 국세청이 아직도 권력기관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조세정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과세의 공평성'과 '세무조사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정혁신 추진배경을 밝히고 있다. 세정당국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특히 '세무조사'가 공평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납세자 입장에서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정한 세무조사 대상선정과 세무조사절차 준수가 납세자 권익보호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 선정에서 조사 종결까지 국세청 내부에서 만들어진 기준과 절차에 의해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 재산권 침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무조사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관청 내부지침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무조사와 관련해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무조사는 여타 세무행정과는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이 직접 마주치게 됨에 따라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가 세무조사다. 한가지 예로, 납세자는 어떤 경우에 예금·주식 등 금융거래 조사와 매출·매입처에 대한 유통과정 추적조사를 받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세무조사 대상 선정기준을 객관화하고, 조사절차를 규범화해야 국민의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70%가 "명백한 탈세혐의 외에는 세무조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대상 선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납세자가 세정당국이 세무조사 대상자를 객관적 기준에 의해 공정하게 선정하고 있다는 신뢰를 갖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국 국세청의 세무조사대상자 선정프로그램인 DIF 시스템(Discrimination Function System)과 같은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세무조사의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 자를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미국 국세청은 전체 조사대상자의 75%를 DIF 시스템을 활용해 무작위로 선정하고 있다. DIF 시스템의 고려사항은 TCMP(the Taxpayer Compliance Measurement Program)를 통해 결정된다. TCMP는 납세자의 납세순응에 관한 행태를 면밀히 조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TCMP자료는 매 3년에 한번씩 보통 5만 내지 10만개의 신고서를 분석한 결과와 개인납세자들 중에서 일부를 무작위로 추출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탈세수준을 파악한 정보이다.

다음으로 세무조사 과정에서 침해되기 쉬운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는 실정법 제정이 필요하다. 조사대상 선정에서 조사 종결까지 전반적인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구체적 기준과 절차를 가칭 '세무조사절차법'으로 정형화(定型化)하는 것이다. '세무조사절차법'에서는 납세자에게 조사대상 선정사유를 소명할 기회를 부여해 성실한 납세자가 조사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세무조사절차법'상의 중요한 절차를 위배한 세무조사를 무효로 하는 규정을 둬야 납세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될 수 있다.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세정혁신'이 성공하려면 세무조사가 납세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무조사제도 개선은 아직도 세정혁신의 중요한 과제로 진행 중에 있다. 세무조사제도 개선은 '누가 보더라도 공평하다'는 기준에 의해 그 대상자를 선정하고 조사과정에서 납세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조사의 효율성을 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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