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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내국세

[社說]국세청장의 성실납세 감사편지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이 최근 세금을 많이 낸 개인납세자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2002년 귀속 소득세 납부자 가운데 상위 100명을 선정해서 "나라 살림살이에 큰 도움을 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청장은 편지 서두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라 발전을 위해 많은 세금을 납부해 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 이 글을 올린다" 고 감사편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편지는 "성실하게 세금내신 분들이 존경받고 칭송받는 성숙된 납세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국세청장으로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1만7천여 세무공무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세금이 능력에 맞게 골고루 부담되고,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이 요긴하고 바른 곳에 쓰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담고 있다.

국세청은 청장이 100대 개인납세자에게 감사편지를 보낸 것은 성실납세자가 사회에서 존경과 칭송을 받고 탈세자는 비판받는 선진 납세환경을 조성해 납세자들이 기분 좋게 세금내는 성숙한 납세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국세행정과 세수 확보의 최고책임자인 국세청장이 세금을 많이 내준 납세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심정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것도 IMF때 보다 더 안 좋다는 최근 2년간의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납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경우 그 대상 선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과세권을 행사하는 주체의 최고책임자가 특정 납세자에게 행하는 감사표시는 형평성과 합당성이 충족돼야 한다. 이번 '소득세 납부 상위 100명'은 성실도 순위보다는 세금의 크기로 정해졌는데, 이것은 환영할 일이 못 된다. 2002년 납부소득세의 성실성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려면 물리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몇년이 더 걸릴 수 있다.

세금의 크기와 성실한 납세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또 세금의 크기가 '성실성'을 제압하는 사회 납세분위기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성실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편지가 전달됐다면 속이 구린 납세자는 '쾌재'를 부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성실납세자로 선정돼 '납세자의 날' 화려한 상까지 받았던 납세자가 얼마 안가 탈세자로 둔갑해서 사법 제재를 받는 사례를 어렵사리 보지 않았던가.

성실성이 정확히 검증이 안된 납세자, 그것도 100명이라는 극히 제한된 사람에게 국세청장이 감사편지를 보낸 것은 적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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