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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세무 · 회계 · 관세사

[稅心 民心]세무에 관한 국민고충청구-정양섭세무사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시정권고조치를 무시하다니…"



의료법상의 허가일과 사실상의 개원일이 다른 수임업체가 있어 동업자 중 1인의 명의로 실질과세의 원칙에 입각해서 조세법을 적용해 달라는 고충청구를 세무서에 제출해 인용을 받았다. 따라서 동일내용의 다른 동업자에 대하여도 시정해 줄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담당관은 이전의 처분에 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무시한 채 허가일이 개원일이라며 거부의사를 표시하므로, 후배 동료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곧바로 취하서를 제출한 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국민고충청구를 했던 바, 세무서에 시정조치 권고의 통지가 내려졌다.

이를 놓고 문제가 발생했다. 서장은 권고대로 처리할 것을 지시한데 반해 담당 과장, 계장, 직원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권고를 거부했다. 또한 실무담당자는 우리 사무소에 전화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제출된 보완서류의 제출을 다시 요구하더니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이미 조사·확인된 내용을 재탕할 뿐만 아니라, '권고'라고 돼 있고 30일이내에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자기 마음에 달렸다는 식의 엄포였다. 정말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조세에 관한 불복청구는 국세기본법 또는 세법에 의한 처분으로서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함으로써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당한 자가 국세기본법에 의해 행정청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이나 필요한 처분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국민고충청구는 민원사항 중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사실행위 및 부작위 포함) 및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민에게 불편·부담을 주는 사항에 관해 '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에 의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이나 필요한 처분 내지 개선을 청구하는 민원을 말한다.

따라서 국세기본법상의 불복청구는 행정심판 이전의 효과를 전제로 한 행정상의 권리구제 수단인데 대해 국민고충 청구는 민원사무의 공정한 처리와 민원행정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고충민원 수단이다.

그리하여 불복청구에 대한 결정은 매심급마다 불가변력, 불가쟁력, 기속력을 가지고 있어 다음 단계의 심급에 불복을 청구하지 않는 한 그대로 종결되는데 반해, 국민고충 청구에 대한 처리결과는 적절한 시정조치를 권고하거나 합리적인 개선 또는 의견을 표명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존중해야 하며'라고 당위규정임을 천명했으며, 30일이내에 그 처리 결과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심의 경우에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자체내에서 부서만을 약간 달리해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인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불복청구의 경우보다 불가변력, 불가쟁력, 기속력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고작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이미 조사·확인된 것 이상의 재심의를 요구할 만한 물증도 없이 서장의 올바른 처리 지시에 불복하는 행위는 정당한 거부일 수가 없으며 직무명령의 위반이 된다. 또한 본 세무사에 대해 권고에 불과하므로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자기의 결정(마음)에 달렸다는 식의 표현은 명백히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자세에 해당된다.

'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에 근거하는 세무에 관한 국민고충 처리규정은 국세기본법등에 대한 특별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 권고를 거부하는 것은 특별법 우선의 원칙을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되며,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한 부담의 시정을 요구한 권고에 대해 법률적 규정으로만 판단, 거부하려는 것은 국민고충청구제도를 형해화하는 몰지각한 공무원의 자세임을 면키 어렵다.

장관급의 국가기관에서 세무서장보다도 높은 직급이나 사회적 신분을 가진 분들로 구성된 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확실한 물증도 없이 어찌 묵살하려 한단 말인가? 공무원으로서, 더구나 중간관리자로서의 자질과 품위가 의심스러웠다. 행정법에 대한 기초지식을 갖췄거나 최명근 박사의 세법학 총론을 한번만이라도 읽었다면 그러한 행위는 없었을 것이다. 관리자의 승진시험제도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실감나게 한다.

그리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시정권고의 비중으로 미뤄 거부의사를 표시하려면 최소한 중간관리자 이상이 해야 국세청의 심볼마크처럼 납세자를 존중하는 도리요, 예양이 된다. 자질 등이 없는 공무원은 도태돼야 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양심이라도 있어야 한다.

결국 서장의 단호한 결심에 따라 권고안대로 처리됐지만 세분 공무원들의 함량 미달인 자질과 품위로 인한 내 마음의 분통과 상처는 아직도 씁쓸하게 가시지 않는다. 공무원은 소속 국가기관의 기능과 목적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권익도 생각하고 챙기는 형평성 자세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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