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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시 논] 최근의 근로소득세 부담증가 논란에 대한 일고

-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9월16일 '근소세 증가율, 소득증가의 4배'라는 제목하에 각 언론사들은 일제히 지난 5년간('96년∼2001년) 조세부담의 불공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같은 날 재정경제부가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기초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같은 기간 동안 실질근로소득은 1.9% 상승했지만 실질근로소득세는 7.1% 증가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정부가 각종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등을 실시해 직장인들의 세경감 혜택을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오히려 세금부담이 늘어났다"고 하면서 "직장인들이 외환위기 극복에 따른 '과실(果實)분배'에서 소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도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조세의 공평성이 저해됐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생각으로도 지난 5년간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은 소득보다 다소 더 빠르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것이 곧 조세납부의 불공평성이 증대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 나라의 소득세 실효부담률이 국제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매우 높으며 따라서 세부담의 누진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경제위기이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소득세 부담의 누진도가 강화됐다는 점 등에 비춰 볼때 소득재분배 측면에서의 공평성은 오히려 증대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근로소득세 부담률은 총소득 대비 3%내외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10%이상이다. 우리와 경제발전단계가 비슷한 나라도 결코 우리보다 부담수준이 낮지 않다.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이 과중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업소득을 과소신고해 소득세를 회피하는 자영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일뿐, 세부담의 절대수준이 결코 과중하지는 않다.

우리 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46%에 이른다. 저소득 근로자는 대부분 소득세 부담이 0원이고, 근로소득의 대부분을 소득공제받는 중산층의 경우에도 과세소득의 비율은 매우 낮다. 오히려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원칙에 비춰 볼때 면세자의 비율이 너무 높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소득탈루를 통해 사업소득세 부담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자들은 심리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장인들의 실질소득세 부담은 조세부담의 불공평성을 논할 정도로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어떻게, 얼마나 정확히 파악해 수평적 공평을 실현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며, 실질소득 증가에 대응한 실질소득세 부담의 증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런 논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소득분포 및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포착률의 변화가 소득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이다. 소득분배 격차가 커질수록 소득세의 총세수는 증가하고, 반대로 소득분배가 균등할수록 세수는 감소한다.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고소득층의 소득점유비가 높아지고, 따라서 누진과세되는 소득비중이 상승하면서 세수가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소득분배가 균등할수록 낮은 세율로 과세돼 세수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실질소득 증가율은 크게 둔화됐지만 소득격차는 경제위기이후 빠르게 확대됐다. 소득격차의 확대는 세수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초과하게 했지만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세 부담을 낮추고 고소득층의 실질부담은 증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지난 5년간 실질소득세 부담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세부담의 불공평을 확대시켰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근로소득세의 실질부담이 증가한 것은 세경감 혜택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득분포의 변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오히려 실질세 부담의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됨으로써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시켰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및 영수증복권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업소득자들의 과표를 많이 양성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년간 사업소득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만한 세경감조처가 없었던 반면에 소득포착률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세 부담은 근로자가구보다 더 빨리 증가했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지난 5년간의 실질소득세 부담이 증가해 조세의 공평성이 저해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실질소득세의 부담 증가는 소득분포와 소득포착률의 변화에 기인하며 세부담의 형평 악화와는 거리가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록 실질소득세 부담이 증가했지만 그것은 저소득층의 희생보다는 소득격차의 확대로 인해 자연스럽게 고소득층의 실질세 부담이 누적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므로 세부담의 형평성은 오히려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론적으로 소득재분배와 관련한 소득세의 자동안정화 기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실질소득세 부담이 상승했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춰 소득세의 공과를 논하거나 섣부른 개편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밀한 원인분석에 기초한 정확한 처방이다. 의료비나 교육비 공제 등과 같이 필요경비적 성격의 소득공제 확대를 제외하고는, 근로소득공제의 확대 등을 통한 시혜적인 소득세 경감은 국민 개세주의와 조세의 공평성 측면에서 당분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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