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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1. (토)

세무 · 회계 · 관세사

회계투명성과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능동적 전략-①

한국회계기준국제화 위한 정부전략 수립 시급하다


IAS/IFRS 우리기업 이익 반영위해 IASB 영향력높은 국가와 제휴 추진
모든 유관기관 효율적 연대방안 모색 회계기준 국제화위한 자원 지속 투입


한국회계연구원(원장·정기영)은 지난달 29일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24층 국제회의실에서 '회계기준 국제화를 위한 능동적 전략과 한국 전통회계의 조명'이라는 주제로 개원 4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국민대학교 서정우 교수와 영화회계법인 문점식 전무이사, 회계연구원 김정국 수석연구위원은 공동으로 '회계투명성과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능동적 전략'을 주제로 앞으로 우리나라 회계기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내용을 요약했다.


주제발표
서정우 국민대 교수

IMF이후 한국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기업 투명성에 대해 호된 비난을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노력하는 한편, 회계기준을 제정하는 민간기구로서 미국식의 KAI(한국회계연구원)/KASB(회계기준위원회)를 설립했다. 지난 '99년 설립된 KAI/KASB는 2003.7월 현재 기업회계기준서를 12개 제정했으며, 회계기준적용의견서 등 회계기준 제정에 활발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지난 2001.12월 국제회계기준소위원회를 설립해 IAS(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재무보고기준)에 대한 심사의견을 보내는 등 국제적인 활동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KASB는 한국의 회계기준을 제정하는 데 있어 IASB(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IAS/IFRS를 중요한 벤치마킹 기준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97년 금융위기이후 회계 투명성과 한국 회계기준의 국제적 정합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돼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과 미국 등은 이미 30여년전부터 국제회계기준을 만드는데 많은 자금과 노력을 부담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EU는 2005.1.1부터 IASB의 국제회계기준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해 IASB의 위상을 어느 때보다 높여 줬다. 최근 엔론, 월드컴 회계분식사고이후 미국도 협정을 맺어 IASB의 IAS/IFRS와 적극적으로 컨버전스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IASB의 IAS/IFRS의 권위가 그만큼 강화되는 것을 의미하고, 한국도 국제적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ASB의 국제회계기준과 다른 회계기준을 만들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국 경제는 국제화된 상태이므로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회계 투명성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제 한국의 회계기준과 회계정보는 국제적 정합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IASB의 IAS/IFRS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한국 실정에 맞도록 조금 수정하는 수동적인 자세였다. 이런 자세는 국내·국외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한국의 기업을 보호하고 세계 무대에서 정당한 발언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을 입안하는 초기과정에서부터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국제회계기준을 그대로 수용하는 지금의 수동적인 접근보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전에 행동을 옮겨 IASB의 IAS/IFRS에 한국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GASB가 앵글로색슨 회계모형과 합치하겠다는 목적을 명시하는 것이나, 프랑스 시락 대통령이 IAS/IFRS을 제정할 때보다 적극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한 것 등 소위 선진국들의 노력을 실감해야 한다. 국내 문제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는 다른 조직에 위임할 수도 있으므로 KAI/KASB는 한국의 대표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여기 세워진 목표가 단기간에 달성되기 어려운 것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도 국제 회계무대에서 당당히 활동하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발현해야 한다.

정부, 한국회계연구원, 금융감독원 이외의 유관기관으로 현재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회사협의회, 한국증권거래소와 한국증권업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있으나 그나마 민간 이해집단 중 미약하나마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과 상장회사협의회 정도이며, 그 밖의 단체는 수동적으로 회계연구원의 회계기준서 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회계기준의 국제화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비교적 소극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는 그동안 IASB의 국제회계기준 공개초안 또는 해석서 공개초안 등에 대한 의견을 보내고 있는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회계기준의 국제화는 한국회계연구원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타 민간부문의 유관기관과의 효율적인 업무 배분 또는 노력의 연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민간 이해집단을 보면, 우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국제회계기준 제정 및 개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는 회원의 회비로써 운영되는 예산상의 제약 및 적은 전담 상근연구위원으로 인해 기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기타 민간이해집단도 국제회계기준 제정 및 개정 참여활동은 미약하다고 평가되므로, 민간이해집단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적극적인 참여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판단된다. 민간이해집단의 적극적인 참여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회계기준을 연구하는 전담조직의 확충, 이 방안의 채택은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하며 전 세계가 국제회계기준으로 통일화되는 경향에 비춰 볼때 매우 중요할 것이다. 둘째, 비상근조직으로서 별도의 국제회계기준 연구위원회의 신설, 이 방안은 비상근 실무 종사자 및 학계의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법이므로 적은 예산으로 별도의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인데 이 특별위원회의 조직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위원회는 국제회계기준과의 일치를 위한 연도별 컨버전스 실현 계획도 편성할 필요가 있으며 매번 발표되는 국제회계기준 및 초안에 대해 즉시 검토의견을 낼 수 있는 상시가동체제가 돼야 할 것이다. 셋째, IASB에의 적극적인 참여 및 예산의 확충, 한국회계연구원과 같이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중복을 피해 독자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다른 국가의 경우 다양한 기관이 IASCF(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Committee Foundation)/IASB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넷째, 한국회계학회의 활용, 한국공인회계사회 이외의 전문집단으로서는 회계학회가 있으므로, 한국회계학회가 IASB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될 수가 있다고 판단된다. 국제 기준과 관련된 활동에 있어서 언어능력과 학문적 성과의 구비는 필수적인데, 회계학회의 풍부한 학문적인 성과는 국제회계기준의 제정 및 개정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정부, 한국회계연구원은 물론 기타 민간이해단체들의 회계기준 국제화 전략에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으므로 향후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만약에 각 기관들이 산발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면 사실상 적은 자원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국회계연구원이 주축이 돼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회사협의회, 증권거래소, 회계법인, 인수기관, 대기업, 전경련, 한국회계학회 등과의 효율적인 연대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 본 연구결과가 국제적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보다 능동적인 전략을 구축하는데 있어 하나의 화두가 되기를 기대한다. 회계기준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능동적인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과제 개발에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KAI/KASB에만 국제적 활동을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모든 유관기관이 그런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입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비판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여건속에서 그나마 민간회계기준제정기구로 기업회계기준을 제정하고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미력이나마 국제회계기준소위원회를 설치해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KAI/KASB를 보다 지원할 필요성을 절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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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회계기준 국제화를 위한 능동적 전략과 한국 전통회계의 조명' 한국회계연구원 개원 4주년 기념 세미나 장면. 이날 국민대학교 서정우 "ISBA서 발언권 행사교수 등 3인 공동 '회계투명성과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능동적 전략' 주제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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