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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1. (토)

내국세

[조세정책세미나]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방안-①

복잡한 擬制법규정 삭제·신종금융거래 포괄 과세- 주제발표


'포괄규정+금액기준 비과세' 구조 도입
증여이후 가치변동분도 과세대상 포함
명의신탁 행정제재금·과징금형태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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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교수 / 이창희 서울대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는 지난달 21일 한국조세연구원 10층 대강당에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서울대 성낙인·이창희 교수의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에 이어 김정수 전문위원(민주당), 이석연 변호사, 하승수 변호사(참여연대), 이인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영수 고려대 교수, 전광석 연세대 교수, 정석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등의 지정토론이 있었고, 객석에서도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내용을 요약했다.

개정안의 제안배경
현행 증여세법상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받거나 타인의 부담으로 재산의 가치가 증가할 경우 그 가액에 대해서도 과세토록 하는 포괄적인 규정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무상계약, 유상계약을 통한 일부 증여, 단독행위, 결의, 사실행위 등 기타 사법상의 형식과 상관없이 유·무형의 재산을 직·간접적으로 이전받은 경우와 타인의 부담으로 재산이 증가한 경우 등 포괄적인 규정을 둬야 한다. 또 현재 민법상 증여와 동일시하기 어려운 거래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성립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독일·미국 등과 같이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조금이라도 부의 무상이전이 있다면 온갖 사사로운 행위나 사건이 모두 과세돼 국민이 불편해지고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생긴다. 해결책에는 두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포괄규정만을 두고, 그 대신 사생활 침해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과세최저한 내지 비과세 금액을 넉넉히 규정하는 것이다. 미국법의 통합세액공제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세액이 1억2천만원에 이르기까지는 비과세하는 방식을 정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비과세금액 및 대상은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포괄규정+금액기준 비과세'의 구조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조문체계를 단순화해 법을 알기 쉽게 분명하게 한다는 데 있다. 즉 현행법상의 온갖 복잡한 증여의제 조문을 모두 삭제할 수 있다.

둘째, 포괄규정을 증여의 유형별로 나눠 구체화하는 규정을 여러 개 두면서, 유형별로 과세할 내용과 과세하지 않을 내용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적어도 각 유형별 과세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범위내에서는 위헌시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현행법의 복잡한 조문체계를 물려받아야 하고, 법률 문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칙증여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방안을 토대로 법률안으로 구성했다.

▲비상장회사의 상장이나 합병
비상장회사의 주식이나 출자지분을 증여한 뒤 이를 상장하거나 비상장회사를 상장회사와 합병해 얻는 시세차익은 증여로 의제하는 현행법의 내용은 엄밀히 증여의제가 아니다. 현행법이 의도하는 것은 상장에서 드러난 가치로부터 증여 당시의 불분명한 시가를 역산해 내자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정에 관한 조문 중 후발사건에서 증여재산의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 증액 경정이 가능하도록 논리적 체계만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전환사채의 이익
전환사채의 전환에 따라 생긴 이익을 증여로 의제하는 현행법 제40조는 증여후 정산기준일사이에 기업가치의 변동에서 생긴 이익에도 모두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득 중 전환사채의 증여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즉 증여가 있은 후 주식의 가치가 상승한 부분의 과세는 이미 소득과세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증여세 영역이 아니란 점이다. 때문에 양자를 하나로 묶어 과세를 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행정의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전환사채 또는 주식의 인수를 통해 얻은 이익은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고 증여세의 과세가액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조문을 현행 증여세법에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토지의 형질 변경
형질 변경이 가능한 토지를 증여받아 증여세를 납부한 후 5년이내에 토지 형질을 변경해 지가가 상승한 경우, 증여 당시 이미 형질이 변경된 것으로 보고 세액을 재산정한 후 인상분만큼의 세액을 재부과해야 한다. 그동안 형질 변경이 가능한 토지를 증여받은 후 다시 형질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많았다. 증여세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해도 이후 가치변동에 대한 과세체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토지는 분명한 시가가 없다는 점에서 세금 부과 등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토지평가방법을 통해 관련 세액을 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과세범위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

▲미성년자에게 증여한 뒤 부모가 관리하는 재산
부모가 여러가지 사업상의 거래를 통해 미성년자인 자녀가 지배하는 특정회사로 부를 이전하는 경우에도 증여로 봐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증여한 주식의 가치가 증가한 경우 자식은 아무런 관리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최종 결과를 증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또 자식이 지배하는 특정회사로 부를 이전할 경우 증자, 감자, 합병 등 여러가지 자본거래를 통해 가능하나 이는 조문에서 증여세를 과세하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업장의 거래를 통해 자녀의 회사로 부를 이전하는 경우는 법률상의 손질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행 증여세법 제41조에 명시된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에 대한 증여의제에서 적용범위를 '특정법인(결손금이 있거나 휴업 또는 폐업 중인 법인)'에서 모든 '법인'으로 확대해야 한다.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명의신탁은 경제적 실질이 부의 무상이전과 무관한 전혀 다른 행위이므로 포괄증여규정에 의하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명의신탁 그 자체를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해 규제수단으로 증세를 부과하나 엄밀히 보면 이는 일종의 행정(질서)벌이지 세금이 아니다. 따라서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증여의제라는 개념보다는 행정제재금 내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뜻을 분명하고, 다만 그런 제재금이나 과징금의 금액을 증여세에 맞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편이 오해의 소지가 적다.

개정법안과 조세법률주의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을 위해 마련된 개정안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경제적 이익의 산정방법 등 과세요건에 관해 법률에 규정을 두는 것이므로 과세요건법정주의에 관한 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경제적 이익의 세부적인 산정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법률이나 위임명령으로 정할 사항이 아니고 행정청과 법원에 맡겨도 좋은 사항이다.

또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대통령령에 위임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볼 것이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근본적으로 일정범위안에서 포괄규정에 따른 과세가 허용돼야 한다면, 그 범위안에서 일부 내용을 명령으로 정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늘리는 행위이므로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우리 헌법은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 데 이어 제59조에서 이를 구체화해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세부과를 금하고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조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적 내용으로 과세요건 법정주의,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들고 있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 법정주의, 과세요건 명확주의 등으로 이뤄진다는 도식적 이해 자체가 우리 헌법에 맞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조세법률주의라는 말 자체가 일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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