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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2. (일)

세무 · 회계 · 관세사

진단 / 분식회계후 경정청구 무엇이 문제인가?

고의 분식결산 실질과세원칙 배제 타당


정부, 분식과다납부액 5년간 유보 차감
회계사가 부정·오류 발견시 재무제표 수정기회 부여해야


분식결산의 처리는 금융감독과 세제상의 감독이 동시에 관련된 분야이다. 때문에 어느 한쪽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SK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이 경영자 및 해당 업체 감리 회계사 등이 분식회계 문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많던 적던 간에 여전히 기업들의 분식회계는 관행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철저한 감독이 아직까지는 미흡한 것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또 현재까지 분식회계와 관련된 많은 기업들이 세금 환급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기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법에 대한 응징차원에서 패소했으나 심판 판결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소송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같이 계속된 분식회계 기업의 국세환급청구소송과 관련,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는 올 세법 개정안에 분식회계기업의 법인세 환급을 바로 해주지 않고 5년이내 사업연도에 납부할 법인세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 그러나 세법 개정전에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전혀 손쓸 방법이 없어 실효를 거두기에는 법 개정후에도 상당기간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분식과 관련된 회계 제도 및 세제상 문제점은 무엇인지, 해결방안은 없는지를 진단했다.


◇분식 관련 회계 대처안
미국발 분식회계 스캔들을 계기로 기업들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의 도덕성을 강도높게 요구받게 됐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기업들의 회계 처리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회계기준서를 새로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 '99년 회계연구원을 발족해 국제기준에 정합한 회계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오는 2005년부터 역내 상장업체 7천개사를 대상으로 그간의 개별적인 회계기준 대신 국제회계기준을 새로 채택토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달에 승인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회계 비리로부터 15개 EU회원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로 오는 2005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역내 금융시장 통합계획의 핵심 내용으로 평가된다. 이 기준으로 경쟁과 회계 투명성의 제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유럽의 분식회계 사례와 전망'이라는 자료를 통해 "현재 미국에 비해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의 회계 관행은 제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회계 처리와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들의 자정노력뿐만 아니라 최근 SK글로벌 등 대기업의 회계분식에 대한 감독이 소홀한 금융감독원의 예를 볼때 감독기관의 명확한 대처도 중요하다.

기아자동차와 대우 계열사 분식회계 사태이후 정부와 감독당국은 수차례 분식회계 근절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1조5천억원이 넘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당국의 제도개선 노력에 여전히 허점을 드러냈다.

회계전문가들은 분식회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회계법인이 엄격하게 기업의 재무상황을 감시할 수 있도록 상시감사제도를 도입하고, 분식회계를 응징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감독원의 감리제도를 효율적인 방향으로 손질해야 하고, 미국과 같이 언제든지 부정이나 오류가 발견되면 회사가 스스로 재무제표를 다시 쓸 수 있도록 수정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식 관련 세무상 문제점
SK글로벌은 최근 '경정청구 기간에 적자가 발생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으나 분식회계 때문에 흑자로 회계장부를 기록해 세금을 냈다'며 환급해 달라고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해 놓은 상태다.

이 회사는 분식회계가 잘못된 행위였지만 세금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실제 소득이 발생했을 때만 부과돼야 하기 때문에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진 마당에 더 낸 세금에 대해서는 환급해줘야 한다는 것. 이 회사는 법원 판례도 실질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SK글로벌은 분식회계로 인해 정부로부터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해임권고의 제재와 과징금 부과 등 각종 불이익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에 세금 부과와 분식회계를 연관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분식회계로 적발된 대기업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대부분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분식회계로 낸 세금에 대해서는 환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경정청구를 했다.

최근 이런 분식 결산과 관련해 세법상 처리문제에 대한 방안이 제시됐다.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15일 세법연구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구조조정 세제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논문을 통해 분식결산과 관련한 경정청구 문제와 ▶이월결손금 상계 여부 및 환급금 환급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옥 교수는 현재 세법상 분식결산은 ▶과거의 고의로 분식결산을 신고한 기업이 스스로 부인하고 경정을 청구할 수 있는 지와 ▶이 경우 이월결손금과의 상계 여부와 환급금의 환급 여부가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세법에서는 경정청구를 부인하는 규정이 없고, 단 국세기본법 제22조의2에서 경정 등의 효력이라는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기업이 세금을 실제 이익보다 많이 납부했을 경우 2년이내 경정청구(잘못 부과된 세금을 돌려 받는 제도)를 하면 돌려받거나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분식결산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식결산 대기업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흔히 원처분과 경정처분간의 병존설의 입장에서 규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리 간단치 않아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 '당초 확정된 세액' 및 '감소되는 세액 이외의 세액',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세법이 규정하는 권리와 의무'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의 여부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국고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법이나 국세기본법에 그 인적 적용범위를 감안해 분식결산의 개념과 법소정의 분식범위 초과로 고의 과다신고를 한 경우 경정청구를 부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로 인한 환급금의 일시 환급 또는 이월결손금을 부인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과세원칙과의 논란과 관련, 다른 목적을 위해서는 양보해야 한다"며 "실질과세원칙에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질과세 원칙'과 '분식회계 조장'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명확한 답을 얻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한편 정부도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을 제재하기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분식회계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곧바로 돌려주지 않고 5년에 걸쳐 내야 할 법인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한 것.

재경부 관계자는 "회계장부를 속여 금융기관에서 우량기업 대접을 받거나 일반 투자자들을 우롱한 기업에 일시적으로 많은 세금을 환급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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