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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6. (화)

내국세

조세심판관 합동회의서 '기각'됐으나 상임심판부서 '인용'…無法심판절차

감사원, 합동회의서 상임심판부로 재이송은 법률근거 없어…'주의' 조치 

최근 3년간 합동회의 43건 상정…상임심판부에 5건 이송

납세자 A씨 사례, 상임심판부 '인용'→합동회의 상정 '기각'→상임심판부로 이송 '기각'→합동회의 재상정 '인용'→상임심판부 재이송 '인용'

 

조세심판원이 자체 최고 의결 기구인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상정했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하급심의 기구인 조세심판관회의로 돌려보내는 등 법과 제도를 무시한 심판절차를 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합동회의에서 사실상 기각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상임심판부로 사건을 이송한 후 종국엔 인용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심판결정을 내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감사원이 조세심판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착수한 국세불복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실지감사 결과를 이달 26일 발표한 가운데, 조세심판관합동회의가 부적정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조세심판원은 주심심판관 1명과 배석심판관 2명 이상이 지정된 조세심판관회의와 함께, 종전 조세심판원 결정이 없거나 세법의 해석·적용을 변경하는 경우, 또는 납세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에는 조세심판원장과 상임심판관 및 상임심판관과 동 수 이상의 비상임심판관으로 구성된 조세심판관합동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지난 2018년~2020년까지 최근 3년간 합동회의에서 심리·의결토록 상정된 43건 가운데 38건은 의결했으나, 그 외 5건은 조세심판관회의로 이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78조 2항에서는 합동회의 상정 요건만 규정돼 있을 뿐, 합동회의에 상정된 심판청구 사건을 다시금 조세심판관회의로 이송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

 

조세심판원은 그러나 이같은 법률규정이 없음에도 추가적인 사실 확인 등이 필요하다는 사유를 들어 의결하지 않고 다시금 조세심판관회의에 이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세심판원은 이에 대해 합동회의에 참석한 조세심판관이 심판부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합의된 사건은 심판부에서 심리·의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으나, 감사원은 행정심판 절차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제107조 제3항과, 조세심판 절차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78조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합동회의에 상정된 심판사건을 심판부로 이송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납세자 A씨가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심판사건의 경우 합동회의에서 기각결정이 사실상 났음에도 이를 무시한채 심판부로 이송·재이송한 끝에 결국 인용결정난 사례도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세심판원 상임심판부는 A씨의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2017년 12월 5일 조세심판관회의를 개최해 인용 결정을 내린 후 조세심판원장에게 통보했으나, 조세심판원장은 종전의 심판결정례가 없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유로 합동회의 심리 안건으로 상정했다.

 

다음해인 2018년3월9일 개최된 합동회의에서 A씨의 심판사건은 표결을 통해 ‘인용 9명·기각 9명’로 귀결됐다.

 

이와 관련, 국세기본법 제78조 제4·5항 및 제 72조 제3항에 따르면 합동회의에 참여한 조세심판관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부결돼 기각된 것으로, 조세심판원장은 즉시 기각결정서를 심판청구인 등에게 송달해야 한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장은 조세심판관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안이 없어 의결되지 못했고, 좀 더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사유를 들어 다시 심판부에서 심리·의결토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상임심판부는 같은 해 6월27일 심판관회의를 개최해 A 씨의 사건을 기각결정한 후 조세심판원장에게 통보했으나, 조세심판원장은 다시금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사유를 들어 2018년 10월 열린 합동회의에 또다시 상정했다.

 

합동회의에 재상정된 A씨의 심판사건 표결 결과 ‘인용 8명·기각 6명’으로 귀결됐으며, 조세심판원장은 그 즉시 심판청구인과 처분청에 인용결정서를 송달해야 했으나, ‘유사 신탁사례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유를 들어 다시금 상임심판부에서 결정토록 재이송했다.

 

결국 상임심판부는 재이송된 A씨의 사건에 대해 2018년 11월 심판관회의를 개최해 최종 인용결정했다.

 

A씨의 심판사건 흐름을 살피면, 조세심판원 최고 의결기구인 합동회의에 상정된 심판사건을 두 번이나 상임심판부에 이송하는 등 법적절차를 어긴 것은 물론, 최초 합동회의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상임심판부로 이송함에 따라 ‘기각→인용’으로 번복되는 결정을 유도하게 됐다.

 

감사원은 이같은 사례를 적시하며, 앞으로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서 심리·결정한 심판청구 사건을 다시 조세심판관회의에서 심리·결정하도록 하는 등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조세심판 절차를 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의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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