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경우도 있지만, 실제 일의 양보다 머릿속에서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 때도 적지 않다. 어떤 결정을 하나 내려도 인간관계, 주변의 평가, 앞으로 생길 일, 잘못되었을 때의 책임까지 모두 생각한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선택은 어려워지고 마음은 무거워진다. 수학 문제도 변수가 많으면 풀기 어렵다.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변수를 한꺼번에 붙잡기보다 먼저 줄여야 한다. 특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결혼식 주례를 섰다. 주례를 맡으면 결혼 전에 예비 신랑과 신부를 미리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둘 중 한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제자인 경우가 많지만, 다른 한 사람은 처음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식장에서 하는 주례사에는 담기 어려워도 두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잘하려고 하지 마라. 변수를 줄여라.”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누구나 잘하고 싶어 한다. 특히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사람은 배우자의 부모와 형제들에게도 잘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말은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말했느냐보다 무슨 말을 했느냐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말투가 불편하면 사람들은 말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반말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그 내용에 동의할 것인지 판단하기 전에 “왜 나에게 반말을 하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말의 내용이 말투에 가려지는 것이다. 반말이 언제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오랫동안 허물없이 지낸 선후배 사이에서는 반말이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친구를 나이가 들었다고 갑자기 존댓말로 대한다면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다. 반말이 이미 두 사람 사이에 합의된 언어라면 정겨운 관계의 표현이 된다. 문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규정하고 반말을 시작하는 경우다. 말하는 사람은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자신이 가볍게 취급되거나 낮은 사람으로 분류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 반말을 해도 된다”는 생각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이는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동의 없이 말을
대학 시절 정신과의사 이시형 박사의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책을 샀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책을 사기 전 내 마음이 어땠는지, 그리고 읽고 난 뒤 내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느낌은 아직 남아 있다. 배짱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조금도 굽히지 아니하고 버티어 나가는 성품이나 태도’를 뜻한다. 쉽게 풀면 겁먹거나 남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짱으로 삽시다』는 그 책을 사기 위해 일부러 서점에 갔다가 산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 저 책을 둘러보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와 집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제목이 유난히 강하게 마음에 와닿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 스무 살 무렵의 나는 여러 상황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도 불편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 혼자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은 적은 더더욱 없었다. 아들 삼형제인 집에서 자라 여자라고는 어머니밖에 없는 환경이었으니, 대학에 들어가 미팅에 나가 처음 만난 여학생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일도 편하지 않았다. 피우지도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런 우울감 자체는 반드시 병적인 상태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상실이나 실패에 대한 정상적인 정서 반응일 수 있다. 문제는 우울한 감정이 반복되고 장기간 지속되면서 일상의 기능까지 떨어뜨릴 때다. 이때 우리는 단순한 우울감과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신질환 진단의 대표적인 기준인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본문개정판(DSM-5-TR)』은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를 단순히 ‘기분이 우울한 상태’로 보지 않는다. DSM-5-TR에서는 우울한 기분, 흥미·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식욕 및 수면 변화, 피로, 무가치감, 집중력 저하,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등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때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저하 중 하나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뚜렷한 저하가 동반되어야 한다. 즉, 단순한 기분 저하와 달리 증상의 수와 지속 기간, 일상 기능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별을 한다. 이별이라고 하면 흔히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는 장면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여러 형태의 이별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어떤 이별은 내가 선택하고, 어떤 이별은 상대가 선택하며, 또 어떤 이별은 누구의 선택도 아닌 채 찾아온다. 어린 시절의 이별은 대체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졌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비슷한 이별을 반복했다. 친했던 친구와 다른 학교에 진학하기도 했고, 부모님의 전근으로 하루아침에 친구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그때의 이별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 학제가 그렇게 되어 있었고 삶이 우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인도했을 뿐이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별의 모습은 조금 달라졌다. 처음으로 이성을 만나 설렘과,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감정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선택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스스로 시작한 관계에는 언젠가 그 관계를 끝내야 하는 선택도 함께 따라왔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서 만나기 시작했지만 어느 날 한 사람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다. 겉으로는 두 사람이 합의하여 헤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거창한 성공이나 특별한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뜻한다. 큰돈이나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분명한 행복감을 준다면 그것이 소확행이다. ‘소소하다’는 것은 행복을 얻는 데 많은 비용이 들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고, ‘확실하다’는 것은 비용이나 노력은 크지 않지만 만족감은 분명하다는 뜻이다. 요즘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면 소확행은 행복의 ‘가성비’가 높은 일이다. 물론 돈이 많이 드는지 적게 드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경제적 형편과 소비 습관이 다르고 행복의 기준 역시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소확행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집에서 직접 내린 커피를 혼자 천천히 마시는 시간이 더 큰 행복일 수 있다. 따라서 소확행을 특정한 비용이나 행동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체로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을 크게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복의 크기를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게 기쁨과 편안함을 준다면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충분히 의미 있는 소확
우리는 서로 어느 정도 가까워진 뒤에야 “나는 키가 콤플렉스다”, “외모가 콤플렉스다”와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이때 콤플렉스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나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열등감이나 불편한 감정을 뜻한다. 그러나 비교적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콤플렉스는 단순한 불만이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민감함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정작 자신의 존재 가치나 깊은 수치심과 연결된 콤플렉스는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그것은 특정한 주제를 피하거나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 자신의 능력이나 처지를 과시하는 태도, 타인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방어하는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입 밖으로 꺼낸 콤플렉스보다 마음속 깊이 묻어둔 콤플렉스가 심리와 행동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콤플렉스’라는 용어는 영어 ‘complex’의 일반적 의미나 심리학적 의미와 다소 차이가 있다. complex는 ‘둘러싸다, 감싸다, 얽다’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여러 요소가 서로 얽혀 하나를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파생된 ‘compl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다. 어떤 실패는 준비 부족이나 노력 부족에서 비롯된다. 더 많이 공부했더라면, 더 치밀하게 준비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 이런 실패는 아프지만 비교적 받아들이기 쉽다.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실패가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의 노력과 관계없이 결과가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선택하는 주체의 성향, 조직의 내부 사정, 이미 정해진 방향, 우연한 분위기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겉으로는 공정한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때의 실패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 최근 젊은 세대는 취업 과정에서 면접을 자주 경험한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통과해도 마지막 관문으로 면접이 기다린다. 물론 면접 준비는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장점을 표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면접은 면접관과 지원자가 짧은 시간 마주 앉아 이루어지는 평가다. 그 시간
- 인간관계의 속도와 오해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를 말한다. 돈 문제, 일 문제, 건강 문제도 어렵지만,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 역시 우리를 지치게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 편안해지기보다 오히려 어색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흔히 외향적인 사람은 인간관계를 쉽게 맺고, 내성적인 사람은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의 성향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 않는다. 겉으로는 활달해 보이는 사람도 내면에는 관계에 대한 불안이 클 수 있고, 조용해 보이는 사람이 의외로 깊고 안정적인 관계를 잘 유지하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은 이중적이고 때로는 다중적이다. 외향형과 내향형이라는 구분만으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람 사이가 어려운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마음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직접 볼 수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표정, 말투, 행동, 반응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그 마음을 추측한다. 그런데 그 추측이 항상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