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웅 (黃秀雄) 국세청차장이 지난 22일 천주교방배교회에서 딸 결혼식을 조촐하게 치러 세정가에 화제가 됐다.
黃 차장은 국세청 간부들과 안면있는 기업체 임원들이 `현직 국세청차장의 딸 결혼식'이라는 점을 의식해 결혼식에 대거 참석해 사회적인 물의가 일어나거나 근무시간중 시간·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혼사소식을 일체 내·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黃 차장은 국세공무원들의 경조사 게시판으로 애용되고 있는 인트라넷 게시판에도 혼사소식을 올리지 않았고 서면에 의한 `알림'이나 `청첩장'도 일체 돌리지 않았다. 국세청 본청의 간부들도 黃 차장 혼사소식을 우연히 접한 한 간부의 입을 통해서 알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혼사소식을 뒤늦게 들은 일부 세무서장들이 결혼식이 시작된 후에야 헐레벌떡 방배성당에 도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철저한 보안(?)속에 예식을 준비했지만 방배성당에는 국세청 간부들이 대거 참석, 단결력을 과시했으며 일부 기업체 관계자들도 눈에띄는 등 하객들은 많았으나 축의금과 화환을 일체 접수하지 않은데다 방명록도 없었고 VTR촬영까지도 금지시켜 참석자들은 눈도장을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黃 차장은 고관댁 혼사에 따른 구설수를 피할 수 있었지만, 국세청의 한 간부는 “주위에 널리 알려 축하하고 축복받아야 하는 것이 결혼식”이라며 사람사는 세상에 혼사마저 쉬쉬하면서 치러야하는 사정을 개탄했다.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한 간부는 “그 양반(黃 차장) 돈도 없을텐데 축의금을 받지 않으면 무슨 돈으로 혼사를 치르느냐”고 걱정하면서 “고위직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씁쓸해 하기도 했다.
한 기업체 임원은 “과거 우리 딸 결혼식 때는 黃 차장으로부터 축의금을 받았는데 그 분 혼사 때 되돌려 주지 못하면 불공평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전해 줄 방법을 찾기 위해 국세청 간부에게도 전화해 봤으나 그 양반 성격상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세정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黃 차장의 결백한 성격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대부분의 국세청 간부들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대로 작년말 安正男 국세청장이 부친상과 삼우제 때 보여준 공직자로서의 모범이 黃 차장에게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한편 이날 결혼식에는 전직 국세청장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서영택 (徐榮澤)·추경석 (秋敬錫)·이건춘 (李建春) 前장관의 모습이 보였으며 林采柱 前청장도 건강한 모습으로 전·현직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