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숙소 앞 등나무에 묵은 마음 걸어놓고 희미한 불빛아래 앉아 별자리를 더듬는다 아, 이 밤에 잠들지 못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불빛아래 불꽃으로 와 애태우며 일제히 달려드는 나방이들은 풀섶에 나서 풀섶에서 밤을 날 일이지 하필이면 내 곁에 와 아우성이면 어쩌란 것인지
그런데 사람들아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 사람이 필요할 때 사람을 돌아보면 아무도 내 사람이 아니다 또 한 번 준비도 없이 어긋난 삶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끈질기게 달려드는 나방이들 위해 이 밤, 마음에 등불 하나 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