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2월. 휘황찬란한 네온으로 뒤덮인 거리. 연일 5천만원짜리 코트와 3천만원짜리 악어핸드백 등 갖가지 초호화 사치품을 온 몸에 걸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호화·사치품의 소비를 마치 서로 자랑이라도 하듯 자신들의 재력을 과시하는 신귀족들의 삐뚤어진 부의 전시회장(?), 바로 외환위기를 갓 넘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국세청이 일부 졸부들이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서울 강남의 로데오거리에 대해 전격 사정의 칼을 뽑았다.
IMF이후 우리 사회는 20대 80으로 대변되는 극단적인 부의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계층·지역간 갈등과 함께 소비의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고 있을 정도이다.
기업·금융 구조조정 등 최근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소비·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내실보다는 외형만을 추구하는 일부 몰지각한 부유층의 과소비는 이미 정도를 넘어서서 `사회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히 일부 업소는 호화·사치족에 편승해 부유층을 상대로 온갖 과소비를 조장해,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반대로 호황을 누리면서 수입금액은 줄여서 신고하는 등의 불법적 탈루 행위를 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미 내사를 통해 세금 탈루혐의가 큰 로데오거리의 호화·사치업소 업주 34명을 선정, 지난 21일부터 40일동안 지방청 조사국 요원 34개반 7백26명을 투입해 유래없는 초강력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사회적 위화감 조성과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는 일부 계층에 대해 국세청이 메스를 댄 것이다.
로데오의 실체
웨딩숍 의류업 업주 김某씨는 최근 본인 명의로 50억원상당의 상가 및 고급주택을 구입하는 등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자로서 유명브랜드의 여성의류를 독점 공급하면서 품목에 따라 원가의 3∼6배인 1백60만원부터 3천만원까지 판매해 과소비를 조장하는 한편, 구매자들이 신분노출을 꺼려 현금으로 구매하는 점을 악용해 판매가 조작 등의 방법으로 '97년이후 54여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칵테일 바 고급음향설비와 특수조명 등 6억여원의 시설비를 들여 1백여명 수용이 가능한 고급 칵테일 바를 종업원 명의로 위장, 운영하면서 외국 유학생 등 부유층 젊은이를 상대로 발렌타인 30년산(1백20만원) 등 고급 양주에 유명 바텐더의 칵테일 쇼를 곁들여 양식세트 메뉴를 고가(최고 2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업주는 최근 5년간 무려 53회의 해외여행을 하면서 '98.9월 개업이후 17억여원의 수입금액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류업소 여성용유명 브랜드제품의 코트는 한 벌당 4천만∼5천만원, 숄 1천만원 등 원가의 3∼6배 값으로 고급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15억원상당의 고급 아파트와 빌딩을 구입하고 억대의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호화·사치생활을 하면서도 3년간 신고소득은 단 8천만원이었다. 신분노출을 꺼리는 부유층 여성들을 상대로 신상품을 직접 방문판매하는 수법으로 '98년이후 30억원이상의 수입금액을 탈루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