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탈세 신고하면 최대 40억원 포상금 지급합니다.”
국세청이 지난 9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탈세 행위에 대해 적극 제보해 달라며 포상금을 언급한 내용이다.
부동산 탈세는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인간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포착하기란 사실상 힘들고, 일반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만약 부동산 탈세 행위를 인지하고 있다면 국세청의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로 제보하면 된다. 이 신고센터는 작년 10월 31일 개통했는데, 지난달까지 780건 접수됐다. 국세청은 이번 접수된 건에서 구체적인 탈루가 드러나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이 추징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통상 탈세 제보는 포상금이 수반된다. 탈세 제보한 내용의 정확성과 구체성에 따라 적게는 수백 또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양도세 탈세를 제보해 억대 포상금을 받았다. 땅을 파는 과정에서 허위 용역계약서를 작성해 필요경비를 과다 계상한 사례였는데, 이와 관련 A씨는 국세청에 계좌거래 내역과 계약서 등 중요한 자료를 제보했다.
◆탈세제보포상금 지급 한도, 5년간 30억 증가하더니 현재 40억
국세청은 탈세 혐의 포착에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한 국민에게 해당 자료를 통해 추징한 탈루세액의 5~20%를 지급하는 탈세제보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종전에는 탈세 제보로 탈세자가 조세범처벌법상의 범칙 조사를 받아 처벌받는 경우에만 포상금을 지급했으나, 2003년말 국세기본법이 개정돼 조세범으로 처벌받지 않아도 탈세 제보로 일정 금액 이상 추징세액이 있으면 포상금을 지급한다.
현재 탈세제보포상금은 국세기본법 제84조의2와 시행령 제65조의4에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탈루세액 5천만원 이상을 추징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자에게 40억 원 범위에서 추징세액의 5~20%까지 지급률을 적용해 포상금을 지급한다.
포상금 지급률은 2013년 6월 30일 이전에는 5%였으나 이후 15%, 20%로 확대됐다. 지급 한도도 2003년 1억원에서 2013년 10억원, 2014년 20억원, 2015년 30억원, 2018년 40억원으로 상향 추세에 있다.
탈세제보포상금 지급 한도를 10년 만에 10배 올린 이후 거의 매년 10억원씩 또 상향한 것은 그만큼 국민의 탈세 제보 참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상금 한도액을 3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상향한 그해 제보건수는 30%, 과세활용 건수는 13.8% 증가했다.
◆탈세 제보, 얼마나 접수되나?
국민이 탈세 제보한 건이 모두 과세에 활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해 평균 2만건이 조금 안 된다.
국정감사 자료에 나온 연도별 탈세제보 접수 건을 보면 2020년 2만1천147건에서 2021년 2만798건으로 2만건이 무너지더니 2022년 1만7천777건으로 뚝 떨어졌다. 2023년 1만9천763건으로 다시 증가해 2024년에 1만8천928건을 기록했다.
한해 평균 1만9천683건의 제보가 국세청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1년에 2만여건이 접수되지만, 이 중에서 과세에 활용되는 것은 3천500여건 정도에 불과하다.
◆포상금, 얼마나 받았나?…4억4천900만원 받은 제보자도
국세청이 ‘포상금 지급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한 포상금은 한해 평균 300~400여건 수준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4년 치를 보면 포상금 지급 건수는 310건 정도다. 지급된 포상금은 138억3천900만원으로, 건당 4천464만2천원 수준이다. 직전인 2023년엔 좀 더 많았는데 435건에 대해 175억5천300만원(건당 4천35만2천원)을 지급했다.
최근 5년치(2020~2024년) 평균을 보면, 391건에 대해 153억100만원을 지급해 건당 3천913만3천원 꼴이다.
4천여만원의 제보 포상금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개별 포상금 지급 액수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간혹 국세청이 공식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수천만원, 수억원 포상금 사례를 엿볼 수 있는 정도다. 아파트를 사면서 부모한테 증여받은 자금을 숨긴 사실을 제보한 B씨는 판결문 등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인정돼 수천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개별 포상금 지급 규모를 좀더 유추해 볼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탈루세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5건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했는데,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건당 최소한 4억2천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2021년엔 한 제보자가 4억4천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법정 한도가 40억원이므로 대기업 탈세나 역외탈세를 구체적 증거와 함께 제보하고 추징세액이 수백억원에 달한다면 이론적으로 40억원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탈세제보포상금과 관련해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제보 규모에 비해 포상금 지급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2022년의 경우 국민 탈세 제보를 토대로 무려 1조원 넘게 부과했지만, 포상금은 고작 149억5천만원 지급됐다.
◆포상금 키포인트 '중요한 자료'란?
탈세제보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까다로운 편이다. 우선 대표적인 탈세 제보 유형을 보면 ▷조세를 탈루한 자에 대한 탈루세액 또는 부당하게 환급·공제받은 세액을 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나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제보했다고 해서 포상금이 다 지급되는 건 아니다. 제보자가 ‘중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국세청이 이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추징세액이 5천만원 이상 납부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
‘중요한 자료’를 제보했느냐가 핵심이다. 세금 탈루나 부당 환급·공제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이 기재된 서류나 장소가 ‘중요한 자료’에 해당한다.
먼저 내부 문서를 꼽을 수 있다. 세금을 빼먹으려고 몰래 작성한 기안문, 품의서, 관련 전표, 계정별 원장 등이다. 거래처·거래일·거래기간·거래품목·거래수량·거래금액 등 구체적인 사실이 기재된 일일운영일지, 일별·월별 매출 현황표, 매출(매입)장부, 거래처 정산대장 등 각종 거래장부도 중요한 자료에 해당한다.
자료의 보관 장소에 대한 정보도 여기에 속하는데, ‘재무팀 사무실’ 등 일반적인 정보 말고 국세청이 자료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으로 보탬이 되는 장소 정보여야 한다.
이와 함께 ERP 자료, 매출·매입 데이터자료, 공사원가 데이터자료, 미수채권 상세현황 데이터자료 등 원시 자료, 거래 당사자가 작성한 계약서·합의서·확인서, 거래상대방 등이 기재된 금융거래자료, 법원 판결문·공정위 의결서 등 공문서 등도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제보 방법은 홈택스, 국세상담센터(126-④), 서면(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 등 다양하다.
◆국세청, 포상금 심의위원·조사공무원에 비밀유지 의무 부여
탈세제보포상금 제도는 조세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한 고발을 활성화해 성실 납세 풍토를 유도하자는 것이 골자다. 탈세 사실을 제보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그에 걸맞은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제도로는 수십억 등 거액의 포상금을 받기 위해선 회계담당자와 같은 내부자가 대형 탈세 의심 사례에 대해 금융거래자료 등 확실한 내부자료를 제보해야 하는데,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탈세 제보에 나설 수 있을까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치권에서는 탈세제보포상금 상한을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최은석 의원)이 발의되기도 했으며, 임광현 국세청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앞으로 포상금 규모를 더욱 확대해 국민의 소중한 제보를 두텁게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제보자의 신원은 어떤 경우라도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호한다고 밝혔다.
포상금 지급심의위원회에 참여한 심의위원과 조사공무원에 제보자의 신원을 비롯해 제보처리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비밀 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